[데스크 창] 무너진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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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년 반 전 취임식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반 지성주의를 지목하면서 ‘조정과 타협, 과학과 진실’이 전제된 정치를 약속했을 때만 해도 그런 보수의 품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했던 합리와 지성주의는 대통령실 관사 이전부터 흔들렸다. 윤 대통령이 영암교회와 영락교회를 방문하는 모습에서 그의 신앙과 양심을 믿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보다 극단적인 학자, 역술인, 유튜브 방송을 더 경청했고, 정치 브로커에게 휘둘렸다. 부인의 사소한 잘못을 단죄하지도 못했고,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지만 지지율이 52%에서 10%대로 추락할 때 까지 부적절한 처신과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고, 참모들이 반대의견을 낼 때마다 조정이 아닌 독선이 드러났다. 급기야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라는 충격적인 결정을 통해 군홧발과 총부리를 전국민이, 전세계가 지켜보게 했다.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파멸적 결과를 경계하는 신중함과 자기 절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이를 ‘절박함’이라고 했으나, 자유 법치쯤은 국가원수의 권력으로 누를 수 있다는 오만과 오판에 젖어 있었던 건 아닌가. 결국 세계 여론의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품격을 잃으면 신뢰도 무너진다. 당에 일임하겠다던 질서 있는 퇴진이 벽에 막힌건 그 때문이다. 이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어 모든 앞날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심리에 달리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는 90일(박근혜 전례)에서 180일(헌법재판소법)의 심리 결과에 정국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급류를 건널 때는 발밑에 집중해 한 발 한 발 내디디고 먼산을 바라보며 방향감각을 유지해야 휩쓸려 떠내려 가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처지와 탄핵 사태 격랑을 슬기롭게 넘을 집단 지성과 신앙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에게도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역시 마찬가지다. 

판검사 겁박, 탄핵소추, 국회와 정당을 사법리스크 방탄에 동원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일, 그것이 윤 대통령의 마지막 애국일지도 모른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증명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한국정치에 주는 교훈도 명확하다. 현재 무한 정쟁의 근원은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더욱 악화된 제로섬 정치에 있다. 이를 개선할 정치적 각성과 제도적 개혁이 절실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 필패라는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 사즉생의 각오로 바라보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통과라는 아픈 상처가 있었지만, 이로 인해 정치권의 반성과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이제 이 나라의 1천만 크리스천들도 최소한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활성화 되어 복된 선교대국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야 한다.

한미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을 함부로 얕잡아 보지 않는 세계 10대 강국 이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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