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것은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꿈같은 사연만 같았다. 처음에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빠른 두뇌 회전으로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나의 소사를 회상해 보아도 그것은 나의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만 보였다. 순간 하나의 큰 별이 유성처럼 높은 하늘로 솟구치듯 내 가슴 안에 불꽃같은 빛과 열이 되어 왔다.
2012년 11월 5일인 늦가을 오전 11시쯤, 내가 ‘2012 한국 현대인물열전 33인’에 등재된 것을 통보받는 날이었다. 등재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아도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UN의 사무총장 반기문 같은 분이 나란히 상재된 가운데 나의 이름도 함께 붙박이로 있었다.
내 가슴은 말없는 환희로 소용돌이쳤다. 고희에 이른 나이에 이것은 내 자신뿐만 아니라 내 가문, 즉, 양씨 가문이 함께 나눌 크나큰 영광이요 축복 같았다. 순간의 기쁨을 잠시 물리치고 마음의 안정을 기하려 해도 그것은 더욱 생생한 현실로 내게 다가왔다.
문득 고향 마을이 생각났다. 충청북도 보은군 회남면 판장리의 모습이 영화의 필름처럼 재생되었다.
철부지 시절, 교회에 다니던 학동 시절, 청운의 꿈을 꾸던 신학대학 시절과 결혼 무렵, 그리고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를 되풀이하며 밤을 지샜다.
옛말에 사람은 자취와 흔적, 즉, 이름을 남기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동물이고 그리고 무엇이든 이룩하고 성취해야 발자취를 남긴다는 것은 극히 평범한 모범 답안 같지만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 아닌가.
내 주위가 있고 이웃이 있고 사회가 있고, 그리고 나의 한계가 있지 않은가. 즉, 살아오면서 갖가지 여건과 조건,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여태까지 믿어온 터였다.
이를 극복하려 해도 생애에 무수히 부닥치는 난제들과 주변과 타협하고 공유하며, 때로는 인내와 시련과 마주하며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자기 위상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가 타고난 숙명이요 운명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현대 인물열전 33인 선의 등재는 내가 결코 아무리 잘한다고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결코 나의 주변과 이웃과 나와 함께 살아오면서 인연을 맺고 어떤 관계와 사유로 동행하는 많은 분들의 뜻과 이해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도저히 내가 받을 수 없는 과분한 영광이라 생각하며 평소의 나의 지론인 더불어 함께하는 사랑과 봉사, 자신을 낮추며 먼저 남을 배려하며 섬기는 이해가 부족했다면 결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을 머나먼 상이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축하 전화와 직접적인 격려를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대견스런 나를 더욱 고맙게 생각하며 며칠 동안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듯한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를 뒤돌아보며 진정 최선을 다하며 내가 살고 있는가 하는 자문자답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차츰 마음의 안정을 가지면서 즐거움보다는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보람된 일을 하는 분들이나 선각자들도 많은데 내게는 너무나 과분한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일생을 보다 더 철저한 자기 수련과 관리로 앞서가는 비전으로 남을 위해 더욱 일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의 마음을 실현하며 한평생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결코 이 상이 내 자신을 인정하는 상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새로운 나를 시험하는 상이라 생각하며 더욱 겸손한 마음을 가져보는 계기도 된 것이다.
이에 앞서 2010년 8월에는 ‘월간 충청북도’의 표지모델로 입지적인 성공사례의 인물로 추천되었으며, 2011년 11월에는 국내 최초의 인물 시사주간지의 767호의 표지모델로 업적과 성공지향적인 인물로 장식한 바 있었다.
그렇다. 이제는 한국 현대 인물열전에 수록된 33인의 한 사람이 아닌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순간에 있든 내 자신이 받은 이 수상적 기념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게 처신하느라 더욱 몸가짐에 주의가 기울여진다.
상은 축복과 함께 영광이 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무한한 책임과 더욱 잘하라는 채찍도 함께 가지고 있음을 나는 잘 안다.
우선 나를 비우고 주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겸손한 자기 관리로 뜻있는 생활 아래 값있는 인생의 열매를 맺는 것이 선결 요건일 것이다.
앞으로 내 자신의 일신상의 안위를 떠나 많은 분들을 위한 뜻과 사랑을 슬기로 모아갈 것임을 더욱 당부해 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양한석 장로
• 문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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