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마을목회 모범 보여준 오창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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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의 키워드

오창우 원로목사와 김영신 사모

“마을목회, 저의 목회를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말하건데 이 용어는 저의 것이 아닙니다. 한남제일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교회에서 40년 가까이 목회하는 과정에서 붙은 말입니다. 교회가 키우고 가르친 대로, 교회에서 보고 배운 대로 성장했고, 목사가 됐고, 목회를 했을 뿐입니다. ‘마을목회’ 라는 어떤 이론 같은 걸 장착하고 목회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마을과 함께 살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오창우 목사는 마을목회를 본인의 용어가 아니라고 한다. 교회의 품에서 자라고 컸고, 교회마당이 놀이터였을 뿐이고, 교회학교가 배움터였고, 교회 친구들이 나의 동아리였고, 목사님들이 ‘큰바위 얼굴’, 항존직들이 후원자라고 말하며 오창우 목사를 키운 건 ‘교회’라고 강조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절망과 낙심만 가득한 저를 하나님이 인도하셨어요. 지나고 보니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어요.”

▐ 마을목회의 시작

마을목회의 출발은 서울시의 ‘마을공동체’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힌 오창우 목사는 “서울시가 처음 ‘마을공동체’라는 말을 내놓았을 때 시민들 반응은 시큰둥 했었다”라며, “교단이 마을목회를 내놓았을 때 교회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같은 대도시와 ‘마을’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마을이 사라진 대도시, 그런 대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교회, 도시의 삶에 적용하고 익숙해진 교회, 그런 도시 교회에 속해 있다 보니 마을목회가 낯설고 이상하게 들렸을 것”이라고 했다.
대도시에서 ‘마을’이라는 단어는 어색한 단어이다. ‘마을목회’ 역시 대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창우 목사의 마을목회는 교회가 있는 곳에 목회가 있고 사역이 있었다. 그곳이 어디든지 교회목회와 마을목회를 구분하지 않았다.
“교회가 자리한 마을에서 마을을 돌보고, 또 교회를 돌보는 사역을 해야 합니다.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의 어려움을 교회의 어려움으로 함께 느끼며 함께 풀어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 그런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마을에서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며 성육신 사역의 지평을 넓히셨듯이, 예수님처럼 마을목회를 꿈꾸었으면 합니다.”

봄맞이 한남동 마을청소

▐ 마을목회 ‘선교적 목회’

오창우 목사가 부임하기 전 한남제일교회의 모습은 이태원이라 부르는 문화지대 안에 자리한 교회였다. 외부인들이 즐비 한 곳에 한남제일교회가 어디냐고 물어보아도 아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가득찬 거리와 골목을 헤집고서야 안쪽에 시커멓고 놓은 대문과 높다란 담장이 버티고 서있던 교회였다고 한다.
“영락교회와 같이 교회 담을 제일 먼저 헐었던 것 같아요. 처음 부임할 당시만 해도 교회 담장이 너무나 높아서 마치 교도소 같았어요. 본당 역시 작은 예배당에 어울리지 않는 육중하고 높았던 강대상만이 보였어요.”
한남제일교회에 부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교회 담장을 허무는 일을 한 오창우 목사는 어렸을적 영락교회 마당에서 뛰어놀던 오 목사와 친구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한경직 목사님을 떠올렸다. “저는 한 목사님께 배운 대로 교회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나누어 주었어요.”
오창우 목사는 한남제일교회가 노인요양원, 어린이집, 키움센터, 다문화 쉼터, 게스트하우스, 마을 정원, 마을공동체들의 사역을 하며 마을목회의 모델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경직 목사님의 긍휼 사역을 되새긴 것이 계기였다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선교적 교회’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하는 그런 목회가 아니었어요. 전통적인 교회에서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에 관심 있었어요. 선교적 목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가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것이었어요. 특히 ‘우리 동네에 교회가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한남동 마을장터

▐ 지역사회를 목회의 장으로

오창우 목사의 마을목회는 개방적인 교회를 중심으로 선교적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목회의 장으로, 지역주민의 목사로,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모습은 목사를 주민들의 신뢰를 받아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로, 교회를 지역의 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교회는 복음과 그 복음이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복지시설 운영, 긍휼사역, 이주민 사역,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들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역들에 동참하면서 교인들은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과 동시에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지역의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교회는 지역사회가 필요한 공간을 공유함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있었다. 복지시대에 필요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을 교회가 맡게 되면서, 이로 인해 자연스레 청소년교회 학생들이 봉사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고, 성도들에게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우리 교회’가 되었다.
“우리 교회는 우리 지역사회의 복지시설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자세로 시설을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탁 요양원이나 방과후 학교도 ‘교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으로 만들면 됩니다. 마을 속으로 가지 않는 교회는 자연히 섬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주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바로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의 키워드입니다.”

▐ 마을목회 시작의 아홉가지 조언

오창우 목사는 마을목회를 시도하려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마을목회를 오랫동안 해온 선배로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홉 가지 조언을 했다.
하나 마을목회는 단순히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둘 마을목회는 지역의 리더십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다.
셋 마을목회는 우리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넷 마을목회는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섯 마을목회는 예배당 문을 닫아주는 것이 아니다.
여섯 마을목회는 목회의 전부가 아니다.
일곱 마을목회는 전도의 도구가 아니다.
여덟 마을목회는 지역단체와 경쟁하지 않는다.
아홉 마을목회는 교회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축소사회에서 교회는 지역의 중심이 되는 마을목회로 지속가능한 목회를 이어가야 해요. 보다 신중하게 마을목회로의 전향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가는 교회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한남요양원 찬양예배

▐ 선교하는 예수공동체

“산통을 겪은 끝에 ‘지역사회를 복음으로 변화시키며, 선교하는 예수공동체’라는 21세기 교회 비전을 내놓았어요. 지역사회, 복음, 선교하는 공동체에는 저의 고민과 목회 철학, 목회 비전이 모두 녹아 있어요.”
목회 비전 중 ‘지역사회’는 지역사회에서 외딴섬으로 고립되어 가고 있는 한국교회를 목도하면서 생긴 위기감과 교회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가 담겨 있는 말이다. ‘복음으로 변화’는 교회는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하지만, 엄연히 신앙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마음을 담아낸 말이다. ‘선교하는 예수공동체’에는 지역선교를 위한 사명을 품은 교회로서 우리 교회가 예수가 주인인 공동체를, 특히 평신도 사역자로 구성된 안디옥교회를 지향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오창우 목사의 마을목회는 이른바 선교적 교회에서 말하는 새로운 교회와는 미묘한 차이를 가지면서, 한남제일교회처럼 전통적인 교회가 어떻게 지역사회 안에서 복음으로 영향을 끼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다. 오창우 목사가 말하는 지역사회 안에서도 통하는 교회다움의 길을 그리스도의 삼중직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에서도 그리스도의 삼중직은 적용이 돼요. 지역에서 우리 교회는 제사장이에요. 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영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천명해야 해요. 선지자로서 지역을 찾아 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겸손하게 낮아지신 예수님께서 세상을 다스린 것처럼 교회도 그리 할 수 있어야 해요. 이와 같이 삼중직은 목회자 개인도, 교인도, 교회도 똑같이 충분히 구현해야 해요. 교회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따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하나의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는 물리적으로 지역사회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오창우 목사는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목회의 기초를 굳건히 다지는 기초로 삼고, 교회가 교회다움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박충인 기자

이태원 합동분향소 조문객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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