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겨울나무, 겨울꽃

Google+ LinkedIn Katalk +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도 마지막 꽃송이를 떨구고 있다. 동백(冬柏)의 꽃을 한자어로 춘백(春栢)이라 부르기도 한다. 봄을 알리는 꽃을 뜻한다.

한반도 남부와 일본, 대만, 중국 산동성 등지에 자생하는 동백은 사철 푸른 상록수로 키가 9미터에 달하는 품종도 있다. 동백은 10월에 꽃이 피기 시작해서 이듬해 4월까지 꽃이 피지만, 12월부터 2월 사이에 만개한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나무 가득 피어난다. 한겨울 하얀 눈 속에 빨갛게 핀 동백꽃은 매혹적이다. 흰색이나 분홍색으로 피는 동백꽃도 짙푸른 나뭇잎 덕분에 독특한 멋을 자랑한다.

곤충이 없는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새가 수분을 매개한다. 동백꽃의 꿀을 먹는 동박새나 직박구리 덕분에 동백은 열매를 맺는다. 제주의 동백은 2월에 일찍 나온 꿀벌이 수분 활동을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동백꽃을 산다화(山茶花)라 부르며, 차를 만들기도 한다. 열매는 세 쪽의 검은 씨가 들어 있는데, 9, 10월이 되어야 익는다. 이 씨에서 짠 동백기름을 머리에 발라 윤기를 내기도 했다. 목재도 가구재, 조각재, 세공재로 사용하고, 종자를 약용으로 쓰기도 한다.

아열대기후가 아닌 지역에서 겨우내 피는 동백꽃은 인기가 높다. 여수 오동도, 강진 다산초당, 통영 수우도, 거제 지심도 등이 겨울철 동백꽃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2만 그루의 동백이 겨우내 꽃 피는 해운대 동백섬은 압권이다. 섬으로 가는 지하철역도 동백역이다. 부산광역시와 여수시는 상징하는 꽃을 동백꽃, 나무는 동백나무로 각각 정했다.

동백꽃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지 않고 꽃송이 채 떨어져서 꽤 오래 빛깔을 잃지 않는다. 떨어진 동백꽃을 보기 위해서 2월에 동백나무를 찾는 이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8년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동백꽃 추모 배지를 제작했다. 희생자들이 차가운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연상케 한다는 설명이다. 1992년에 제주 출신 서양화가 강요배 화백이 ‘동백꽃 지다’ 그림을 공개하면서 동백꽃이 4.3사건의 상징이 되었다.

수축시대 ‘인구 겨울’에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생각한다. 꽃봉오리가 달린 상태로 유통하는 관상용 동백나무를 따뜻한 실내로 옮기면 꽃봉오리가 떨어진다. 추울 때 피어나는 꽃이라 기온이 낮아야 활짝 핀다. 그런 의미에서 동백은 ‘겨울나무’이다.

‘인구 겨울’은 왔고,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인구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겨울 맞이’를 해야 한다. 동백꽃이 풍성한 꿀로 동박새를 먹이고 열매를 맺듯이, ‘인구 겨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겨울꽃에서 ‘동백기름’을 얻은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인구 겨울에 맺는 열매를 찾아야 한다.

한반도 산천은 큰 불로 몸살을 앓았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로 기압골 변화와 이상 건조 현상이 계속된 탓이다. 우리 사회도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극한의 대립과 갈등을 경험했다. 재판관 전원은 “대통령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있으나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보았다. 이제 재판관들이 고심 끝에 내린 판결에 승복하고 사회공동체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 길이 ‘민주주의 겨울’을 피하고, 민주공화국의 봄을 앞당기는 길이다.

겨울철에 눈밭에 배추씨를 뿌리는 농부가 없듯이, ‘인구 겨울’로 교세 감소를 겪는 한국교회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겨울 눈밭에는 배추나 고구마가 아니라 마늘이나 시금치를 심어야 한다. ‘인구 겨울’을 맞는 태도 여하에 따라서 민족과 한국교회의 앞날이 달라진다. ‘인구 겨울’에 활짝 피어나는 ‘동백꽃’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