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정치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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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를 움직이는 세가지 힘으로 정치와 법과 군사력을 꼽는다. 통치구조가 안정된 국가에서 군사력은 정치권력의 일부로 인정되어 대외적 안전 보장의 역할을 감당한다. 정치와 법은 민주적 기본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마치 숨바꼭질하듯이 상호간의 영역에 간섭하며 나라를 끌고 간다. 정치는 動이고 법은 靜이라는 상식적 개념은 늘 흔들리고 현실에서 정치는 법을 고치려 들고 법은 정치를 규제하려 하는데서 양자는 불가피하게 갈등을 빚는다. 최근의 계엄, 탄핵 파동은 그런 사건의 하나로 때아닌 대통령 선거로 이어져 진행 중이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에 나온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법이 정치의 중대한 일탈 사건을 차분히 수습한 하나의 모범적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후 거대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와 극단적인 대립으로 국정마비를 위협받자 긴급권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다. 그러나 국회의 즉각적인 계엄해제 결의에 따라 6시간 만에 병력을 철수시킴으로써 그의 개혁조치는 무의미한 단막극으로 끝났고 자신은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인용으로 파면되었다.

정원 9인에서 한 사람이 모자라는 8인의 헌법재판관들은 111일간 대통령 탄핵을 심의하는 동안 첫째, 결과에 대한 외부의 예상과 추리를 철저히 차단하는 금도를 지켰고, 둘째, 윤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규명하면서도 국회의 권력남용과 야당의 국정 훼방에 대한 그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하는 균형된 자세를 보여주었고, 셋째, 탄핵인용에 전원일치로 합의함으로써 내부적인 의견 불일치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막았다. 탄핵 심리 중에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나라의 행로를 수명의 법관들 뜻에 온전히 맡겨도 되는가 심각한 회의를 표시했는데 일단 법의 영역에 들어온 비상계엄 사태에 헌법재판관들은 임무와 기능의 한계 안에서 사명을 적절히 수행했다. 

법조계와 언론은 현직 재판관들의 개별적 배경과 성향에 관한 정보를 모아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예단으로 5대3이니 6대2니 8대0이니 하는 숫자들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을 뒤로 하고 헌법재판소는 사건을 정리해 다시 차기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의 영역으로 대한민국을 옮겨 놓았다. 국회와 헌법재판소 밖에서 ‘찬탄ㆍ반탄’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시민들은 일부 열성행동 무리들만 남고 대부분 집으로, 직장으로 돌아갔다. 한국의 정치위기 속 대통령 탄핵을 우려 가운데 주시하던 해외의 언론과 사업관계자들은 이 나라에서 정치와 법이 서로 어울려 돌아가며 질서가 상당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을 보며 안도의 뜻을 전해왔다. 

대통령 탄핵반대의 전선에서 두 개의 기독교 단체가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열어가며 서울과 전국 대도시에서 여론을 이끌어 왔는데 그중 한 단체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나오자 이를 받아들여 4월 4일로 활동을 끝냈으나 다른 한 집단은 ‘국민적 저항’을 계속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제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 시민운동은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들 개신교 단체들이 어떤 방향에서 활동을 이어갈지, 삼갈지 알 수 없다. 정치와 법이 상호작용하며 국가사회의 정의를 실현해 나아갈 때 종교인이 직접 나설 기회는 찾아오기 어렵다. 신앙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이야 없을 테니까.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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