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임목회 20년 하면서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갈등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갈등을 잘 극복해야 한다. 갈등에 대해 국어사전은 이렇게 말한다. ‘칡뿌리나 등나무 덩굴이 얽히듯이 견해나 이해관계가 뒤엉켜 복잡한 상태, 마음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욕구를 충돌하는 상태로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갈등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인생 자체도 얼마나 힘든가? 그런데 갈등까지 겪게 되면 인생은 더욱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갈등은 우리의 행복을 빼앗아 가는 원인을 제공한다. 갈등은 우리 안에 있는 에너지를 빼앗아 간다. 인간관계의 갈등이 시작되면 엄청난 마음의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그러므로 갈등을 잘 다루지 못하면 갈등 속에 파묻혀 비전을 상실하게 된다. 갈등은 마음에 아픔을 주기도 하고, 삶의 의욕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침체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갈등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거친 바다이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탁월한 리더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사도행전 13장에서도 바울과 바나바가 심히 다투고 피차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완벽한 공동체나 성숙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갈등은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나바는 탁월한 격려자였고 바울은 훌륭한 사도였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마가 요한을 데리고 다시 선교 여행을 떠나는 문제를 놓고 심히 다투었다. 갈등의 원인은 마가 요한에게 있었다. 바울과 바나바가 안디옥 교회의 파송을 받아 1차 선교여행을 떠날 때 동행했던 사람이 마가 요한이었다. ‘두 사람이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실루기아에 내려가 거기서 배 타고 구브로에 가서 살라미에 이르러 하나님의 말씀을 유대인의 여러 회당에서 전할새 요한을 수종자로 두었더라’ (행 13:4-5). 그런데 이 요한이 선교 여행 도중에 힘이 들어 여행을 포기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 ‘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이 바보에서 배 타고 밤빌리아에 있는 버가에 이르니 요한은 저희에게서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행 13:13). 이렇게 선교 여행 중에 도중하차한 마가 요한을 2차 선교 여행 때 바나바는 다시 데리고 가자고 했다. 그런데 바울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바나바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고 말하고 바울은 결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마가 요한 때문에 피차 심히 다투고 헤어지고 만다. 물론 바울과 바나바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아주 아름다운 결과로 끝나게 된다. 사도행전 15장에서 갈등을 겪고 두 사람이 헤어지지만 그들의 생애 마지막에는 화해를 한다. 바울이 마가를 자신의 동역자로 여긴 것이다. ‘또한 나의 동역자 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가 문안하느니라’. 교회가 갈등을 잘 극복할 때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갈등을 십자가의 사랑과 용서로 풀고, 극복해 보자.
한성호 목사
<부산대흥교회 위임목사, 메멘토모리 외 1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