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교실] 145장, 오 거룩하신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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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을 알면 교회사가 보인다 (17)

세속 멜로디로도 노래한 독일어 찬송

종교 개혁 당시 예배에서 성가대가 부르는 교회음악은 넘쳐났어도 회중들이 부를 찬송은 없었기에, 루터를 비롯한 개혁자들이 부지런히 시를 짓고, 옛 찬송을 번역하고, 작곡하고, 찬트를 편곡해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창작과 편곡 외에 또 하나의 방법을 고안한 것이 콘트라팍툼(contrafactum)이란 작법이다. 콘트라팍툼(복수형 contrafacta)이란 성악곡에서 멜로디를 변경하지 않고 본래의 가사를 새로운 가사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작법은 9세기로부터 그레고리안 찬트와 관련해 사용되었으며, 13세기에는 음유시인인 투르베르(Trouvère)의 노래가 옛 전례 노래에 붙여 많이 불려지고 있었다. 개혁자들은 회중들을 위해 기존의 익히 알고 따라 하기 쉬운 세속 곡조에 종교적 가사를 넣어 찬송(코랄)을 만들었다. 개혁자들에 의해 예배는 변화했지만, 노래에 있어선 세속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으로 구별하지 않았다. 

  마르틴 루터의 찬송 시 ‘높은 하늘에서 내려오셨네’(‘Vom Himmel hoch da komm ich her’)는 ‘낯선 땅에서 찾아왔네’(‘Aus freedom Landen komm ich her’)란 세속 춤곡에 붙였고, 요한 헤스(Johann Hess)의 찬송 시 ‘오, 세상이여, 이제 나는 떠나야 한다’(‘O Welt, ich muss dich lassen’)는 ‘인스부룩, 나는 떠나야 한다’(‘Innsbruck, ich muss dich lassen’)란 곡으로 만들었다. 

  우리 찬송가 145장, ‘오 거룩하신 주님’(‘O Haupt voll Blut und Wunden’)은 하슬러(Hans Leo Hassler)의 세속적인 사랑 노래 ‘내 마음은 그 소녀 때문에 설레이네’(‘Mein G’müt ist mir verwirret’)의 곡조에 붙인 것이다. 이 음악은 하슬러가 1600년경에 작곡한 것으로, 1601년 처음 인쇄되었다(Lustgarten Neuer Teutscher Gesäng). 코랄 곡조는 요한 크뤼거(Johann Crüger)가 1656년 게르하르트의 독일어 찬송가에 맞게 차용하고 리듬을 단순화했다. 

  J.S.바흐는 이 코랄을 오라토리오, 칸타타, 수난곡에 여러 편곡으로 사용했는데, 우리 찬송가의 곡명 PASSION CHORALE은 1729년에 작곡한 마태 수난곡(BWV 244)에서 사용된 화성 편곡이다.

김명엽 장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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