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시골교회에서 강의를 끝마치고 나오자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조금만 빨리 이 강의를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시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느 날 아들 내외가 찾아와 자신들이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면서, 이제부터는 어머니를 모시고 효도하겠다며 새집에서 같이 살자 했단다. 그 말에 감동받은 할머니는 재산을 정리했다. 문전옥답으로 지켜오던 논과 밭을 팔아 아들 내외가 집 사는 데 보태주었다. 집은 너무도 허름해서 팔리지 않아 놔두고 올라갔다. 막상 아들 집에 가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경로당에도 가봤지만 어울리기가 어려웠다고 하셨다. 어느 날부터인가 속이 불편해 병원에 갔더니 본인이 위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당장 입원해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날 밤 아들과 며느리는 안방에서 수술에 대해 의논했다. 마침 화장실을 가며 우연찮게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수술비가 너무 많이 들고, 수술 이후의 완치 가능성이 50%라는데, 어머니 연세도 있으시니 수술을 받기보다 그냥 편하게 계시다가 가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밖에서 들은 할머니는 이튿날 아침, 고향 친구들이나 보고 오겠다고 하며 고향집으로 내려오셨다. 낡았지만 돌아올 집이 있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고향에 내려와 교회를 다시 나가니 마음이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교회 친구들이 매일 찾아와 만나는 기쁨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 날 봤더니 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서 수술 없이 처방약으로 서서히 치유가 되었단다. 일찍 이 강의를 들었다면 논과 밭을 팔지 않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셨다.
우리나라는 이미 100세 시대에 들어섰고 70세는 노인이 아니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장수는 하나님의 축복이지만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노년은 고통스럽다. 때문에 경제관리와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늙음은 재앙이 되고 고난이 되고 만다.
202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빈곤율은 약 40%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한국은 여전히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1.8%로, 10명 중 7명 이상이 빈곤 상태이며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어르신들이 대부분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족 부양과 자녀 교육, 자녀들의 결혼과 주택자금을 지원하며, 자신들을 위한 노후 준비에 엄두를 내지 못한 탓이다. 자신들이 그랬듯 자녀들도 헌신한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모실 것이라는 신앙과 같은 확신을 내심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달라지며, 자녀들에게 노후를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너무도 자명해졌다.
노인성도들의 삶에 가장 중심이 되는 교회는 그들의 빈곤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 안에서 전문가들을 통해 노후의 자금관리에 대한 강의와 상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노년의 자금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가 100세 시대를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노인성도들 대부분이 평생을 헌신하며 헌금과 봉사로 교회를 섬긴 것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이 늙고 빈곤한 노후를 맞지 않도록 교회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역할과 할 일을 찾아나설 필요가 있다.
강채은 목사
<사랑교회, 前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