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을 노회들이 잘 치르고 있다. 노회 중에 은퇴목사 공로목사 추대식의 축사를 맡았다. 은퇴하시는 일곱 분의 면면을 살펴보니 참 귀한 분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 분은 시골 전원과 같은 곳에서 목회를 하며 아름다운 글을 써 생수와 같이 공급하여 주시던 분이고 또 한 분은 군목이 없는 곳을 찾아가 예배를 인도하고 군인교회를 건축한 분이며 또 한 분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한 분이고 또 다른 한 분은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곳에서 목회를 하며 성경난제를 성경원어로 풀어 책을 내고 평신도와 교역자들에게 제공하여 준 분이며 또 한 분은 시각장애인 교회를 목회하여 그들의 영적인 눈을 밝혀 준 분이다. 이렇게 한 분 한 분이 다 평생 동안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달려가고 은퇴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은퇴하기 전까지 노회에 흔한 정치나 총회의 총대로 나가기 위하여 애쓴 분들도 아니다.
예전에 장신대를 다닐 때 매년 봄, 가을 체육대회를 하는데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이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뒷산을 통과하여 워커힐 길을 따라 한국화이자 앞을 통과하여 학교로 돌아오는 코스인데 운동장을 돌고 뒤 산길을 통과할 때쯤이면 절반이 포기를 했다. 왜냐면 산길이었기 때문에 호흡에 실패하여 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돌아올 때 쯤 되면 또 나머지의 상당수가 기권을 했다. 가난한 신학생이 영양실조에 걸렸거나 걸리기 직전에 있었기 때문에 완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때의 일들을 가끔 생각하게 된다. 목회를 한다는 것이 꼭 그때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큰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일찍 끝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앞을 향하여 힘 있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끝까지 간다고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끝까지 달려간 사람들에 의하여 오늘의 한국교회가 이루어져 왔고,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 온 것이다.
참 좋은 계절이 왔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수확하는 계절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맺은 열매로만은 좋은 것이 아니다. 맺은 열매가 익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든다고 하는 것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들다 보면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보는 것이 달라지고 듣는 것이 달라진다. 익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4장 13절에서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그랬다. 우리가 믿는 것이나 아는 것이나 행하는 것이 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믿음의 충만한 데까지 이르러야 된다는 것이다.
요사이 듣는 말 중에 제일 많은 말은 성장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아니 뒷걸음질 친다는 것이다. 자라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뒷 걸음 치고 있다는 것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것보다 우리들이 성숙해지지 못하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유혹과 욕심으로 그리고 인간적인 재리와 염려로 익어가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창만 목사<록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