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설립자 해리 홀트의 유업을 이어받아 홀트아동복지회 성심껏 이끌것
“홀트아동복지회의 이사장직은 명예직이며 돈과 권세, 권력을 떠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무거운 짐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며 이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사장으로서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열 심히 할 것입니다.”
지난 10월 8일 홀트아동복지회 이 사장에 취임한 설태호 장로가 전한 소감이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10일 만난 설태호 장로는 국내, 해외 입 양 뿐 아니라 홀트아동복지회가 현재 다루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을 소 개해 주었다. 더불어 교회와 함께 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바람을 이야 기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6.25전쟁 후 전쟁고아들에게 가정을 찾아주자는 의미로 시작되었어요. 설립자인 해 리 홀트는 전 재산을 다 바쳐 한국 아 이들의 가정을 찾아주었지요. 본인의 친자녀 6명 이외에 한국 아이 8명을 더 입양하였어요. 가족 전체가 헌 신하였고 심장병으로 타계하는 날까 지도 아이들을 돌보았어요. 이후 수 년간 이사장직을 맡아 온 말리 홀트 역시 83세로 돌아가시기까지 중증장애인을 돌보며 살아가셨지요.”
▐ 미혼한부모 가정
설 장로는 한국전쟁 당시의 한국 의 상황과 현재, 모양만 바뀌었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이야기했 다. 예전에는 전쟁으로 인한 고아와 결손가정이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 는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사회구조 적인 문제로 인한 결손가정(예를 들 면 높은 이혼율로 인해 발생하는 결 손가정)이 주를 이룬다고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그저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목적이였다면 현재는 아이들 편에서 가장 좋은 방법인 자신의 친 부모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요즘은 사회인식 변화로 인하여 미혼한부모 가정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같이 아이들이 친부모에게서 자라는 것은 아이들의 심리, 정서상으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버려지는 아이들에게는 ‘나는 누구인가, 부모는 왜 나를 버렸을까’라는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결손을 교회와 사회가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 장로는 미혼한부모 가정의 80 프로 정도가 결손가정에서 파생되어지고 있다 보니, 안타깝게도 대물림되어 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방치 되어 키워진 아이들이 대물림되어 동일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하여 홀트아동복지회에서는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설 장로는 시설에 있는 아이들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시설에 있는 동안은 의식주가 해결되어지나,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긴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시설에서 퇴소할 때에 5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퇴소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적습니다. 홈리스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시설 퇴소 후에는 정부지원도 끝나기에 너무나 열악한 사회를 살게 되는거죠.”
▐ 국내외 입양 인식 변화 필요
이밖에 설 장로는 국내외 입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6.25전쟁 이 후 한국의 경제가 이렇게나 많이 발전했는데 아직도 해외입양을 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시각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국내 입양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국내입양의 길어지는 절차,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정서적으로 온전치 못하거나 입양 부모의 부담감이 높아질 경우 파양되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 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나라의 체면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가정을 찾아주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 했다.
▐ 설립 65주년 홀트가 나아갈 방향
아동·청소년, 미혼한부모, 장애인, 지역사회, 건강가정·다문화 가족 복지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이어 가고 있는 홀트아동복지회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많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합시설이 많은 특성상 대면 모임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10만명의 인원이 오가는 홀트아동복지회지만 다행히 코로나로 폐쇄 되어진 곳은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인해 비대면으로의 사업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아동 학대의 경우 가정 방문으로 확인하고 병원에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는 방법으로 관리를 해왔는데,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 지금은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들을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리가 연구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설립되어진 지 65년이 되었다. 시대가 흐른 만큼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입양가족의 부모와 입양인, 시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부모에 대한 원망에서 나오는 상실감, 원망을 근본적으로 해결 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들을 감정적인 어려움에서 헤어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세상의 부모가 아닌 신앙적 해결이라 생각한다.”
설 장로는 이에 대하여 “심리치료, 멘토링 등 여러 방법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변화케 하려 하지만 한계에 부딪친다. 이 방법이 결코 근본적 해결방법이 되진 않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에게 신앙을 심어주어 ‘나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마음을 갖게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교회 관심 적어 아쉬워
앞장서서 홀트아동복지회를 돕는 교회는 실로 적은 형편이다. 실제 홀트아동복지회는 세례교인이여야 입사가 가능하고 매주 월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등 기독교적 정신으로 운영되어지고 있지만 교회와의 연관 은 미미한 편이다.
설 장로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현하며 “국내에 많은 대형 교회들이 한 교회당 한 어린이만 후원, 후견 혹은 멘토링을 해 주기만 해도 이 사회가 밝아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밝은 사회로의 통로를 교회가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개 입양으로 사회에 입양이 드러나게 된 지 20여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입양가정은 어릴 적부터 입양에 대한 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이 고민을 교회가 함께하여 ‘세상엔 날 사랑하는 사람이 없지만, 하나님은 날 사랑하신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신앙적 교육이 필요하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신앙인들이 주로 바르게 자라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덜한다”고 전했다.
“이는 교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청소년들이 방송 등 대중매체를 보며 신앙심을 키울 수 있도록 해 야하며,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이 사회를 위하여 교회가 투자해야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노출되어지는 기독교 관련 매체가 너무나 적은 것에 아쉬움을 밝힌 설 장로는 “설교와 예배 위주로 다루어지는 매체의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이 쉽게 주님을 접하여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고, 스스로를 버려진 인생이라 생각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역주체의 초점 변화를 생각하게 했다.
더불어 설 장로는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우리나라에 중증 장애인을 받아주는 공공시설이 적다 보니, 3교대로 운영되는 홀트아동복지회 기관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 특성상 봉사자들의 역할은 너무나 큽니다. 해외에 비하여 기관 지원금이 현저히 적은 국내 상황 속, 매일 몇십명씩 찾아와 주는 봉사자는 우리에 게 너무나 큰 힘이 된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
끝으로 설 장로는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감당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일반 시설이 하는 일이 아닌 근본적인 어려움을 케어하는 부분을 교회가 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미혼한부모와 시설 어린 이들에 대해 감당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심리치료 등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꾸준한 관계 맺음으로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교회가 한 시설만 지원해도 너무나 좋은 방법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제에 전적으로 나서려는 교회는 아직 없다고 밝힌 설 장로는 이 부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홀트아동복지회 직원들 스스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직장이 되었으면 한다. 그 마음이 우리가 대면하는 이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다”라는 설 장로의 포부대로 많은 아이들이 주님 안에서 자존감을 찾아 밝게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석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