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나는 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도 직원들과 만날 때면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간혹 원리를 뒤로한 채 새로움만 추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말합니다. 원리보다 결과만 나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기본 원리가 빠져 있는 기술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리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한 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리더로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지’를 물었을 때 했던 대답이다. 원리. 나는 공학도라 그런지 원리에 집착한다. 너무 이론에 집착한다거나 너무 틀에 박힌 사고만 하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도 있지만, 지금껏 해 왔던 시도와 결과 등을 비교해보면 원리에 충실할 때 더 성과가 좋았던 것 같다.
원리를 탐구하는 자세는 창업 이후부터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연중목표나 중장기적 비전 등을 수치화하여 특별한 목표치를 두지는 않았지만, 원리에 대한 깊은 연구와 그 연구를 기반으로 한 개발은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런 까닭에 직원들이 곤혹을 치를 때도 많았다. 가령 보온밥통 센서를 개발한다고 할 때, 국내 기술로 생산해 낸다지만 수입된 부품을 샘플로 뜯어보고 분석하며 우리 기술력으로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사실 굉장히 지루하다. 겉모습은 비슷하게 만든 것 같은데 부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바로 폐기장으로 보내졌다.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는 일이지만 횟수가 너무 잦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시간 낭비, 돈 낭비, 기운 낭비다.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자, 이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하는 온도센서예요.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의 원리는 사람으로 치면 감각기관이에요. 우리가 눈으로 뭔가를 보는 것에 해당하는 게 광센서, 촉각으로 온도를 감지하는게 온도센서예요. 사람은 감각기관이 기능을 못하면 제대로 활동을 할 수가 없잖아요. 센서도 마찬가집니다. 보온밥통의 생명은 밥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거잖아요.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개론적인 부분이다. 누구나 알 것 같은 이야기지만 의외로 기계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리와 기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면 개발 과정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냉장고나 에어컨, 보온밥통 모두 온도센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에어컨에 달린 온도센서는 실제 대기온도를 계측한 뒤 설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 운전을 강하게 할지 약하게 할지 결정합니다. 보온밥통의 센서도 마찬가집니다. 실제 온도를 계측한 뒤 밥이 보온되는 온도를 유지하도록 솥의 온도를 조절하는 겁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온밥통의 경우 금속 재질이라 금속의 열전도에 따라 온도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연구해봐야 할 겁니다.”
이런 식의 원리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를 밟아나가니 확실히 창의적인 도전들이 나왔다. 원리만 충족한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를 필요도 없다.
강국창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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