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우리나라를 내려다보면 어떤 색일까? 진흙탕 싸움에 시뻘겋게 물든 ‘황토색’일 것 같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한국의 가을! 청명하고 맑게 개인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 속이 다 시원하고 마음의 근심도 사라졌다. 그 아름다움이 금년 가을에는 미세먼지로 가득 차 숨도 쉬기 어려운 날씨처럼 황토색 공기로 변한 모습이다. 왜 그럴까?
지금 이 나라는 정의도 없고 진실도 없다. 질서도 없고 법치도 없다. 내로남불의 악습과 상대 죽이기가 만연하여 가장 신성해야 할 법조계조차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 온 국민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줄은 모르고 가슴을 후벼 파내고 있는 격이다. 정부 여당의 신뢰도마저 급감했다.
나라에는 질서와 기강이 필요하다. 이 두 축이 무너지면 법도 정의도 사라진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모든 질서와 기강이 무너져 사회 전체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문정부 3년여 만에 생긴 변화다. 변화치고는 더럽게 변했다.
법을 감독하고 집행하는 법무부와 검찰 총수의 악의적인 갈등과 대결 싸움은 그 도가 지나쳐 이제는 국민들도 싸움을 시작한 법무부장관에 대해 짜증이 나고 등을 돌리는 형국이 되었다. 오죽하면 검찰 부서 18개 지검의 모든 부서의 평검사뿐만 아니라 검사장, 고검장에 이르기까지 검찰조직 전체가 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의뢰는 법치를 훼손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연일 반대성명을 내고 있겠는가. 퇴직 검사장들 까지 합세하는 것을 보면 추(秋) 장관의 초법적 법치훼손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모양이다.
그뿐 아니라 전국 59개 검찰청 모두가 추 장관의 행동에 반대하고 나섰다. 검찰기능의 마비가 온 것이다. 이런 사태는 대한민국 건국 후 처음 있는 초유의 사태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생각도 찬성 반대의 두 패로 갈라졌다. 그러나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고 통수권을 행하지 않고 있다. 국가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침묵하는 버릇이 노출됐다. 대통령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이게 나라인가!
안보는 더 한심하다. 안보를 지키는 핵심은 정보와 경계인데 지금은 정보도 경계도 다 뚫리고 허물어졌다. 전방 DMZ 철책선을 북한 병사가 마음대로 넘어오고 월북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국방 당국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 앞에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약속하지만 실제는 말뿐이다.
우리 군이 자랑하는 전술지휘통제통신컴퓨터 시스템인 C4I 통신망이 수시로 고장이 발생하여 문제가 제기되더니, 며칠 전 (11월 28일)에는 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DMZ 접경지역에 설치한 215대의 감시용 CCTV가 중국의 악성코드 유포 사이트로 접속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정보가 외부로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육군은 국내 민간업체와 납품계약을 맺었는데 중국산 핵심부품을 사용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만약 발견 못했으면 우리 정보가 중국 또는 북한으로 고스란히 넘어갔을 것이다.
경계는 군의 생명이다. 그래서 ‘작전의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최근우리 군의 경계태세는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다.
법치가 무너지고 안보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경제가 무너지면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또 몇 년 뒤에는 회복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법치가 무너지고 안보가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고구려가 망하고 통일신라가 망한 것은 경제 때문이 아니라 왕실의 기강(법치)이 무너지고 적과 내통하는 자들로 인해 안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려면 국가의 법질서와 기강이 바로서야 한다. 솔선수범해야 할 법무부가 내편 네편 가르고 상대 죽이기를 노골적으로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