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 즉, 트럼프 대통령 제임 중 추구했던 국내적으로 미국우선주의나 국제적으로는 불간섭주의(일명 the Monroe Doctrine)를 계속할는지의 여부를 탐색하기 위해서 모든 정책결정의 밑거름이 되어 긴밀한 관계가 있는 그 나라의 정치 발전도를 알아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정치발전이란 경제발전처럼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 문화, 교육, 경제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발전의 도를 측정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쉽지 않다. 무엇이든지 어떤 것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개념과 기준이 분명해야 하는데 정치발전은 그 개념이나 정의부터 어렵다. 그래서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통일된 기준이나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까닭은 경제발전을 측정하는 일은 상당 부분이 계량화가 가능한데 비해서 정치발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s) 잡지와 프리덤하우스(연구조사기관)는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의 정치발전도를 측정해서 매년 발표하고 있다. 먼저 이코노미스트는 조사대상 국가들의 주로 민주주의의 실태를 여론조사와 전문가 측정(experts’ assessments) 등으로 종합해서 측정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1) 그 나라의 선거가 자유스럽고 공정한가? (2) 투표자의 신분은 보장되는가? (3) 외국의 세력이 자기 정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그리고 (4)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역량은 어떠한가? 등이다.
그리고 프리덤하우스의 경우는 조사한 나라의 국민들이 향유하는 자유와 권리에 관한 네 가지 분야 즉, (1) 다수의 정당들이 경쟁하는 체제인가? (2) 형사범이 아닌 모든 국민의 보편적 선거권이 보장되는가? (3) 투표의 비밀과 안전이 보장되며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부정이 없는 선거가 주기적으로 실시되는가? 그리고 (4) 정당들이 언론과 일반적으로 공개된 유세를 통하여 유권자들에게 의미있는 접근이 가능한가?이다.
먼저 민주주의의 지표를 중점으로 그 나라의 정치발전 도를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게 10점 만점에 7.99점과 순위로는 25위를 주었는가 하면 주로 시민들의 자유(civil liberties)와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s)를 평가한 프리덤하우스는 미국에게 100점 만점에 86점과 순위는 34위를 주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점수에서는 미국이 대한민국보다 순위로는 겨우 3단계 높은 반면에 시민의 자유와 권리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2단계 낮게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그다지 높지 않은 점수를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인구 4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역사 및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정치 참여이고 그것의 첫 시험대는 투표권의 보장인데 미국은 잘 아는 대로 오랫동안 많은 분야에서 흑인들을 차별대우하면서 특히 그들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만든 역사가 있는 나라다. 미국에서는 모든 시민이 다른 나라처럼 자동적으로 투표권을 갖는 것이 아니고 시민이라도 투표를 하려면 일정한 기간 전에 이른바 <투표자 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을 할 때에는 반드시 문맹시험(the Leterary Test)이라고 하는 일종의 투표자격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등록조차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선거가 연방정부의 업무가 아니고 주 정부 소관이어서 문맹시험(the Literary Test)이라는 것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고 선거를 관리하는 각 주마다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그간 백인들은 쉽게 통과하는 시험을 흑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불행한 역사 때문에 흑인들은 아직도 투표율이 백인들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1960년도 케네디 대통령 당선으로 힘을 얻은 인종차별금지운동의 결과로 1966년에는 시민권법(the Civil Rights Act)과 투표권법(the Voting Rights Act)이 통과되는 등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오다가 2008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당선되면서부터 그들의 투표율도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