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미국의 정치는 발전하는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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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번 대선에 와서는 오히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반발로 다른 투표장해가 만드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 하나가 공화당이 지난 약 30년간 지배해 온 텍사스주의 한 카운티(county, 주와 시의 중간에 해당하는 자치구역)에서는 많은 흑인들이 선호하는 사전투표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 인구 232만 명 중 22.54%가 흑인이 사는 미국의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Houston)을 포함하는 해리스 카운티(Harris County, 그 면적이 1,778 평방 마일로 서울의 약 4.2배나 되는 광활한 지역)에서는 사전투표자의 투표지를 수거하는 투표수거함을 단 하나밖에 설치하지 않아서 투표를 끝내고도 그것을 수거함에 넣기 위해서 많은 유권자들이 가깝지 않은 거리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가야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그 지역의 민주당은 이를 불법이라고 제소까지 했으나 공화당 출신인 그 지역의 주 지법판사는 역시 합법이라고 판결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참정권에 관한 사례는 우리의 서울에 해당하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디씨(Washington, D.C.)에 거주하는 700,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중앙정부 참여권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미 상원의원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 이처럼 상원의원을 뽑을 수 없는 참정권이 부정된 지역이 또 있는데 그것은 폴토 리코(Puerto Rico, 인구 1,200,000명)와 남 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섬들(Guam, Saipan 등의 인구 미상)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모든 지역에는 사는 인구의 대부분이 유색인종이라는 점이다. 또 미국의 상원은 주(State)의 면적이나 인구에 상관없이 두 사람씩의 상원의원을 뽑을 수 있는데 의회 구성의 기본이 되는 의원 수를 정함에 있어서 이처럼 인구수를 무시한다면 민주시민의 투표권의 등가성이라는 원리에 위반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실제로 그들을 대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인일표라는 이 투표의 기본적 원리마저 이행되지 못하니까 미국의 정치발전 점수가 대부분의 EU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지역의 많은 나라보다 낮게 나온 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은 매회기마다 미국 의회에는 적어도 수도인 워싱턴 디씨를 주(state)로 승격시켜서 참정권을 허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는 하나 번번이 공화당 의원의 대부분과 보수 성향의 남부 출신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헛수고가 반복된다고 한다. 이것을 언론에서는 워싱턴 디씨 주민의 90%가 흑인이요 폴토 리코와 태평양의 섬 주민 거의 전부가 다른 유색인종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자칭하는 미국에서 시민투표권이 여러 분야에서 이처럼 많이 제약되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이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줄 알았더니 그 내면을 들여다보니 겉과 속이 많이 다르다는 말이다. 프리덤하우스가 측정한 정치발전도의 또 다른 요건인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에서도 미국의 실상은 그다지 밝지 않다. 여기에는 신체의 자유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소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많은 자유가 포함되는데 특히 흑인들의 신체의 자유와 인권에 관련된 통계를 보면 지나치게 많은 흑인들이 백인보다 경찰의 과잉방어에 의해 살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4.2배나 더 많이 경찰에 의해 사살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정부의 기능은 어떤가를 좀 살펴보면 통상, 과학, 국방이나 외교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번 세계적 전염병인 코로나19의 확산을 한 나라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는가는 정부의 기능을 측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는데 가장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한데 그 사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 세계 사망자의 2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 혼자만의 탓은 아니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면 관계로 정부의 기능에 포함되는 다른 변수(권력의 분화, 행정의 전문화, 혁신성, 효율성, 합법성, 공정성 등)들을 논하지 못해서 유감이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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