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정된 예배에서 움직이는 예배로

Google+ LinkedIn Katalk +

주일이었던 지난 12월 6일 저녁, 국무총리를 통해 정부는 수도권 지역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여 연말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도무지 꺾이질 않아서다. 그때까지 교회는 20인 이하로 드리는 비대면예배만 가능하다. 이로써 아기 예수님이 오시는 기쁜 성탄예배마저 모여서 드릴 수가 없게 되었다.
다음 날 새벽, 목회자들만 예배당에 모여서 새벽기도회를 드리며 설교 영상을 녹화했다. 녹화를 모두 마치고 불 꺼진 예배당에서 기도를 하다가 퍼뜩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불과 50년 전에 이런 팬데믹 사태가 발생했더라면 전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을텐데. 제 2의 흑사병이라고도 불릴 만한 이번 팬데믹에 이만한 방역 시스템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보통신, 기술,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한데 기인한다.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선별진료소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누구나 검사 후 24시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 놀라운 일이고 감사할 일이 아닌가! 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이만큼 전염병을 관리할 수 있었단 말인가!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는데, 지금의 이러한 상황마저 감사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구약의 예배론은 성전을 기반으로 한다. 모세는 유대인들로 하여금 매 절기마다 성전을 찾게끔 했고 다윗과 솔로몬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지어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성전 중심의 제사로는 이스라엘의 패망을 막지 못했다. 하나님께서 매너리즘에 빠진 희생제사를 기뻐하지 않으신다고 뭇 선지자들을 통해 누누이 말씀하셨음에도 이스라엘은 예배론을 바로잡지 못한 탓이었다.
이제 신약시대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제사가 탄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예배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드러나듯이 예수님은 참된 예배를 성전이라는 공간 안에 한정 짓지 않으신다.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 곧 예배드리는 이의 마음가짐을 더욱 강조하신다. 그리곤 예수님은 성전 제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은 당시의 유대인들을 꾸짖으시며 상을 엎어버리신다. 바울 역시 움직이는 교회론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고린도로 보내는 편지에서, 성령 하나님을 모셨다면 누구나 하나님의 성전이 된다고 언명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예배당이라는 공간과 주일성수라는 시간의 고정화에서 보듯 오늘날 한국교회의 예배는 물리적 시공간에 고정되어 있다. 이것은 성전론에 기반한 구약적 예배관일 뿐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과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음에도 교회는 현 시대에 적응하기는커녕 이해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의 교회론은 신약으로 넘어오지도 못했는데 다시금 새해를 맞이하게 생겼다.
그럼에도 연말이라 한 해를 돌이켜본다. 그동안 우리는 익숙한 과거에 집착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드리는 예배는 혹여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던가? 교회를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하려 들어 기업화시킨 것은 아니었나?
새해가 시작되어도 코로나19의 팬데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교회의 위기를 말하지만, 우리의 예배관과 교회론을 다시 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역시 동시에 찾아온다. 새해에는 성경말씀 앞에서 벌거벗은 심정으로 나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은 채 우리의 교회와 예배를 원점에서 들여다보며 2020년을 마무리하고, 2021년을 시작하길 기도하자.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