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새해를 맞는 교회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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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작년 우리나라와 세계를 관통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름도 생소한 코비드19(COVID 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교회가 드려 온 예배가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 비상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교회, 그렇지 못한 교회가 생겨났다.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여유 있게 동원할 수 있는 교회는 그래도 피해가 적었다. 이 사태에 대응할 재정은 물론 전문적 소양을 가진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교회는 더 큰 고통을 경험했다. 따라서 이 코로나 사태는 엉뚱하게 그동안 한국교회의 병폐로 지적되어 온 교회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드러내었다. 이렇게 코비드 팬데믹은 보건 의학적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을 진단하는 진단키트가 되었다. 불행히도 작년 한국교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진단은 치유를 위한 전초 단계다. 정확한 진단에 따라 정확한 치료가 따른다. 새해에는 우리 교회가 정확한 진단에 따른 처방으로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가 성장을 멈춘 것은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해야 할 사명을 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사명을 망각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상실한 교회가 사회의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의 건강마저 상실한 것은 아닐까? 이제 새해에는 교회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바른 치료제를 복용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바른 치료제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에 온 네덜란드 선교사의 자녀로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호켄다이크 박사는 20세기 선교학의 대가다. 그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다가 조국 네덜란드의 신학교 교수를 잠깐 거쳐 필자가 공부한 뉴욕 시의 유니온 신학교에서 죽을 때까지 교수로 있었다. 당시 학교 근처 흑인 공동체인 할렘에서 선교한 체험을 바탕으로 『모이는 교회 흩어지는 교회』(The Church Inside Out)라는 명저를 저술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교회의 사명을 하나님의 샬롬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교회는 말씀 선포(kerygma), 친교(koinonia), 그리고 사회봉사(diakonia), 이 3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는 교회에 대한 그의 진단과 처방이 올해 건강을 회복해야 할 우리 교회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교회 강단에 내용은 없고 전달하는 기교만 넘치는 것에 큰 위기를 느낀다. 필자는 신학교 교육의 위기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전하는 기교보다 전해져야 할 내용이 더 중요하다. 새해에는 우리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성찰하고 신학적으로 건강한 말씀을 선포하기를 소망한다. 교회는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건강한 친교가 일어나야 하는 곳이다. 교회 성장학은 동질적인 교인이 모이는 교회가 성장한다고 한다. 아니다. 교회는 다양한 부류의 교인들이 모여 친교해야 하는 곳이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가 하나이듯이 다양한 교인들이 친교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친교 없는 교회는 사명을 망각한 교회다.

또한 교회는 안팎으로 섬겨야 한다. 사회 선교가 그것이다. 우리 교회가 가장 반성해야 하는 지점이 이것이 아닐까? 교회는 주님의 가르침대로 갚을 수 없는 이웃을 섬겨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회가 이 부분에 소홀하여 주님의 지적을 받을까 두렵다. 섬기는 일은 교회에서 뿐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모이는 교회만큼 흩어지는 교회가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선교 대상인 이 사회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 것이다.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교회는 올해는 우리 교회가 건강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말씀 선포와 친교, 그리고 사회선교를 회복하여 하나님의 샬롬을 교회 안팎에 실현하는 사명을 감당하기를 소망한다.

구춘서 목사<한일장신대 전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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