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들도 찬양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예전에 가끔 받았다. 요즈음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농인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농인들은 노래를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농인들도 예배를 드릴 때 당연히 기도도 하고 찬송도 부르고 또 설교도 듣는다. 아니 조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기도를 할 때 듣는 것이 아니기에 기도하는 사람은 눈을 감고 하여도 예배드리는 성도님들은 눈을 뜨고 기도하는 사람의 수어를 보아야 하고 찬송은 부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찬송가 가사를 연주한다고 할까 수어로 그 단어를 표현하는 것이고 설교 역시 듣는 것이 아니라 수어로 설교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즉 본다는 것이 듣는 것인데 다른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 모양인데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잘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수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찬송가 가사를 수어로 표현하며 박자에 맞추어 리듬 있게 수어를 하는데 그냥 말하거나 국어책 읽듯이 하는 표현이 아니라 음악적이고 시적인 표현으로 수어를 구사하게 된다. 따라서 누가 수어를 하느냐에 따라 수어로 찬양을 하는 경우 상당히 은혜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아직 서툰 수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자가 처음 농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은 1972년인데 이때는 누가 수어를 가르쳐 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수어교실을 운영하는 기관도 없었다. 농인교회 박윤삼 목사님께서는 앞자리에 앉아 수어찬양을 하나씩 따라 하며 외우면 수어공부가 될 것이라고 하셨고 농인이 수어로 찬송을 부르는 것을 이때에 처음 보게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시던 박 목사님께서는 잔잔한 음성으로 찬송을 부르시며 수어찬양을 동시에 하셨는데 이제는 하늘나라에 가시어 옛날의 모습이 아련하다. 예배에 성도들이 함께 부르는 찬송 외에 청인교회의 찬양대처럼 수어찬양을 하는 팀을 처음 본 것은 하나님의 성회 소속 교회인 서대문농인교회에 미국에서 농인선교를 후원하기 위해 내방한 미국선교단체의 수어 찬양과 연극을 1974년에 본 것이었다. 청인과 농인이 함께 수어 찬양을 하고 또 기타와 드럼으로 반주를 하였다. 처음 이러한 공연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영락농인교회에서는 문영진 목사님이 1980년 4월 영농신학교를 개설하고 신학생들 졸업을 앞두고 구성된 합창단으로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수화찬양제를 가진 것이 국내의 수화 합창공연으로는 처음 있었다. 이후 1980년 창립한 영롱회에서 1988년 11월 3일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제 1회 수어 합창제를 가진 이후 5차례 수어 합창제를 가졌다. 5번의 수어 합창을 하는 동안 연습하는데 여러 가지 여려움을 겪게 되어 수어 합창제는 5회로 마치고 전문 음악인이 주축이 되어 음악회를 하게 되었다. 후반부에 수어 합창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2000년도 제1회 ‘사랑의 작은 음악회’란 이름으로 시작하여 2019년 19회를 하게 되었으며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음악회를 개최하지 못하였다. 영롱회의 수어찬양제가 시작된 이후 여러 단체의 수어 동아리와 농인복지관에서 수어문화제 등의 이름으로 수어 합창을 공연하였는데 수어만을 공연하는 경우에는 청인들이 그 뜻을 잘 몰라 반주와 노래를 해 주는 팀이 필요하기에 3팀을 맞추어 수어 합창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수어 노래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공연도 많아지게 되어 최근에는 수어뿐만 아니라 농인들로 구성된 난타팀을 비롯하여 전보다 다양한 공연이 늘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