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의인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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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즐겨 읽었던 책 중에 플루타크 영웅전이 있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대변되는 헬라 시대와 이를 이어가는 로마 시대의 영웅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엮은 책들이었다. 여기에 나오는 영웅들은 대부분 무장들이고 호걸들로 전쟁을 통해 승리하는 이야기이기에 전쟁의 참혹함은 물론 이에 수반되는 살인과 파괴가 그 주류를 이루면서, 대의를 위해 소(小)가 희생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당연하게 여기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인정이 없는 사람들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역사적으로 위대하게 치장되었고, 그들의 업적은 정당하게 평가받았다. 이는 현재의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정의이며, 우리는 이를 역사적으로 용인되는 필요악이라 평가한다. 역사는 흘러도 변하지 않으니 우리가 사는 현대에도 국제사회에서의 힘겨루기는 계속되어 의(義)를 따지기 전에 이(利)를 다투는 세상이 되었다. 게다가 정치가 혼탁하고 사회정의가 어려워지면서 사회생활에서도 남을 위하고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자리를 감추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때로는 한발 더 나아가 냉랭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옳은 마음을 품고 따뜻한 가슴을 소유한 의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도 바울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롬3:10-12)」라고 유대인을 힐난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희망적인 말을 했으니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23-24)」고 의인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혼탁한 가운데 지난 20년간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연말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7천여 만원을 주민센터 옆에 놓고 감으로 그동안 7억여 만원을 내놓았다. 그는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이는「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마6:3)」라는 성경말씀을 이루는 것 같았다. 이런 의인의 행적 말고도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이렇게 우리들을 놀래는 선행들이 많은 곳에서 나타남은 우리가 고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비록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따뜻한 정성을 표현하는 행위는 진정 의인의 자세이며 그런 사람들이 도처에 존재하기에 우리 사회는 희망을 지니고 전진하는 힘을 간직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위인이나 영웅이 나서야 큰일을 하거나 사회를 개혁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하는 일 보다는 비록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하는 선행이나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소리 없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따뜻한 손길이 항상 존재하기에 세상이 고단하여도 삶의 보람과 희망이 있다 하겠다.
옛말에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라 하였으니, 작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닥치는 혼란을 수습할 영웅이 나타날 것을 기다리면서 우리 각자는 ‘위인’이 아닌 ‘작은 의인’이 되어 이 사회에 필요한 모서리 돌의 역할을 함이 어떨까.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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