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이나 국가 간이나 싸울 때도 있고 화해할 때도 있다. 전쟁과 평화는 어제나 오늘이나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국도 영원한 우방국도 없다. 오늘의 적국이 내일 우방국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우방국이 내일 적국이 될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분단되었던 오스트리아, 베트남, 독일, 예멘이 모두 통일되었다. 통일 후에도 예멘과 같이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국가가 있기는 하지만, 통일된 대부분 국가들은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고 하나되어 미래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특히 공산화 통일된 베트남은 개혁 개방을 통해서 도약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만이 언제까지 세계 유일하게 적대국가로 남아 동포들 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을 것인가? 지금은 탈이념시대이다. 러시아와 동구권을 비롯한 공산국가들이 탈이념의 세계에 들어선지 30여 년에 이르고 있다. 공산당이 이끌어가는 중국조차도 개혁 개방과 시장경제를 통해 세계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해 가고 있는 현실을 북한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사의 흐름은 좌와 우를 넘어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지금은 국가의 공권력을 통치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왕조시대가 아니다. 국민주권시대는 빠르게 확대되어 가는 데 왕권신수설을 계속 주장하다가 영국에서 청교도혁명(1642)이 발생하여 찰스 1세(Charles I)가 처형되고, 프랑스혁명(1789)이 발생하여 루이 16세(Louis XVI)가 처형된 것을 북한은 예사롭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생존권을 위해서 할 수 없이 순한 양과 같이 권력에 순응하는 척 하지만, 언젠가 분노가 폭발하면 누구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의 심판에는 에누리도 용서도 없다. 국민주권을 무시하고 통치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마구 처형하는 전제적 절대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오늘날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실상 국민주권을 박탈하고 있는 독재권력의 횡포 때문이다. 북한이 민주화를 거부하고 이념을 구실로 소위 허구적인 백두혈통이 핵무기를 지렛대로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한,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남북한의 양심세력들은 참을 만큼 참아 왔다. 억울한 동포들의 눈물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다.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한의 시대의 양심세력과 해외 동포들이여!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동·서독의 국민들처럼 행동하는 양심의 표출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라고 본다. 위대한 역사는 거저 굴러오지 않는다. 불의에 목숨을 걸었던 에스더(Esther)나 안중근 의사처럼 죽으면 죽으리라는 순교적 정신으로 독재의 사슬을 끊고 이 땅에 객관적 이성이 통하는 정의로운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일사각오의 정신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독재자들 중 국민이 물러가란다고 순순히 물러간 독재자는 거의 없다. 독재자들은 벼랑 끝까지 간다. 더욱이 북핵은 북한 독재체제의 존립과 직결되어 있기에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의 양심세력들은 주인의식(主人意識)을 가지고 상식과 순리가 통하는 희망의 나라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갈 각오가 절실하다. 이를 거부하는 세력들은 3·1운동이나 4·19혁명과 같은 순수한 애국정신으로 배척되어야 마땅하다. 남북한이 전쟁을 통한 통일은 상호 파멸의 길이기에 남북한의 지도자들이나 국민 모두 마음을 비우고 평화적으로 하나되어 미래로 나아가려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조인형 장로
<4•18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통일신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