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소는 부요함의 상징이다. 옛날 함경도와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는 나경(裸耕)이라는 풍습이 있었는데, 건장한 체구의 총각이 나체로 나무나 흙으로 만든 소를 몰며 밭을 갈면서 풍년을 기원하였다. 우리 민족은 소를 가축으로서가 아니라 가족과 같이 생각하였고, 충청도 일부 지방에서는 송아지가 태어나면 사람이 아들을 얻을 때처럼 대문에 금줄을 드리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해산한 어미 소에게는 소죽에다가 미역국을 말아 주기도 하였다. 또한 새해의 첫 소의 날을 상축일(上丑日)이라 하였는데, 이날에는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고 소에게는 콩을 비롯한 영양가 있는 먹이를 주었다. 또한 소가 놀라지 말라고 이날에는 도마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축년에 우리는 소에게서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워야 하겠다. 첫째로, 소는 가장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말이 없는 동물이다. 올 한 해 말없이 열심히 맡은 바 일에 충실하여 하나님께 많은 열매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로, 소는 주인이 고삐를 죄면 어디든지 순종하며 일한다. 우리도 주님께 사로잡혀서 주님이 원하는 대로 순종하며 일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셋쩨로, 소는 아무거나 주는 대로 잘 먹고, 먹은 것을 되새김질한다. 소는 먹는데 불평이 없다. 말씀을 편식하지 말고, 들을 말씀을 되새김질하며 매일 말씀으로 양식을 삼아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넷째로, 소는 몸집이 크지만 순하고 온유하고 정적인 동물이다. 무릇 힘 있는 자가 정치하고 세도를 부리는데 힘을 쓰지 말고 소처럼 조용하고 순하여 주위의 사람들에게 평안과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
다섯째로, 소는 죽어서도 고기와 가죽을 남긴다.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어 하나님의 나라에 유익을 남기는 일꾼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교회에 소가 없고 호랑이, 사자, 늑대들이 너무 많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리 모두 소가 되어 평화와 온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이사야 선지자가 말한 하나님의 성산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가 함께 있고,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교회에 이런 변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교회가 하나님이 만드신 동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 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