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독자적 생존이 어려운 이유는 정보력과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수출을 하려면 해외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 인재도 인재지만 비용도 상당히 들어서 중소기업에서 감당하기가 어렵다. 개발 정보력도 부족해서 어떤 물건을 언제 얼마에 개발할지, 거래가 성립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대기업이 감당하고 중소기업은 그 정보에 따라 물건을 만들고 대기업이 사주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며 협력하여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현장에서 느꼈지만, 상생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대기업이 구매 가격을 깎고 싶지 않아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 다른 나라에 선수를 빼앗기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수락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깎인 가격에 맞도록 더 싸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그렇게 생존해 왔다. 앞으로는 FTA로 인해 전 세계 제품값이 거의 동일하고 재료비나 기술력도 동일해져 가장 싸고 좋은 물건, 유일한 물건이 아니면 승산이 없다. 다른 비용은 거의 같아 인건비 차이로만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이 100년을 넘기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기업이 장수한다는 것은 전통과 역사를 지닌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100년이라는 세월, 한 세기를 이어오는 동안 기업은 나라의 역사와 함께하며 나라의 자존심으로 가능하기도 한다. 많은 세파와 변화를 견뎌내며 견고해졌기에 나름의 노하우와 경영 철학이 채워져 기속 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동국전자를 창업할 때 나는 100년 앞을 내다보며 경영하고 싶었다. 다행히 40여 년을 이어가며 여러 차례 위기를 잘 넘겼지만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한 기업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시대는 너무도 자주 바뀌고 사람도 변한다. 무엇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시작되면서 그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결코 수월치 않다.
그럼에도 나는 오래도록 기업의 힘을 유지하고 싶다. 제조업이 아무리 하향세로 돌아섰다고 해도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다. 그 근본을 견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기업이 최장 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변해가는 시대와 산업 환경에 반보 앞선 기민함으로 대응해 인력을 운용하고 기술 연결을 시도함으로써 어떻게든 살아남아 장수하는, 역사와 전통을 갖춘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