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에게 몹시 낯선 제도이다. 선거일은 11월 첫째 일요일이 지난 화요일로 민주주의 제도인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지만 우리가 생각하듯 이날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그동안은 투표가 끝나면 몇 시간 후에 여론 조사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공식적으로 당선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낙선한 후보가 스스로 현실을 인정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낙선을 인정하고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형식」을 취하며, 그 후에 당선자가 「당선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낙선자를 위로하는 기자 회견을 가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 후에 몇 번의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듬해 1월 20일에 대통령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신임 대통령은 취임 선서가 끝나는 낮 12시 정각부터 그 임기가 시작되기에, 보통은 대략 11시경에 취임식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아직은 현역인 대통령 부인이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 내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간단한 다과회를 갖은 후 함께 취임식장으로 가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전임 대통령을 포함해 수많은 국민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축제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보았듯이 이번에는 이렇게 무질서하고 비민주적이며 폭력적인 사태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본고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를 의심케 하는 사태가 한동안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정치 체제에 돌입해서 힘차게 도약하려는 나라답게, 큰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여기는 사람보다는 앞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 믿으려는 사람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 세계를 위해서도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지난 4년간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들이 평가하겠지만,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고 그동안 세계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할 수 있다. 물론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국익을 중요시하는 대통령의 위치에서 무골호인 같은 풍모만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미국 우선주의만을 내세우는 자세는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이다. 특히 그동안 그가 취했던 언행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교양 있는 사람으로서의 품격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생각이었고, 특히 전임 대통령들의 품격과 비교해서 너무나 확연하게 구별되는 반면교사의 면면을 보여주었다.
지난 1980년대에 미국의 대통령을 역임했던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트럼프와 비교되는 점이 많다. 처음으로 이혼한 경험이 있는 대통령이었지만 그의 사생활은 정말 모범적이었고, 비록 영화배우로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대통령 역할은 정말 많은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결과를 만들었으며, 탁월한 그의 유머감각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특히 생애 말년에 자신의 알츠하이머병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미리 고별인사를 하는 배려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점이 컸다. 그러기에 그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에는 의구심을 가졌던 국민들도 그의 재임 때는 물론 은퇴 후에는 더욱 그를 사랑하는 대통령으로 추억하게 만들었다. 비록 미국의 대통령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