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수어통역

Google+ LinkedIn Katalk +

농인들과 관련되어 있는 사회 구성원을 보면 그 첫째는 가족이다. 가족 외에 긴밀한 관계를 가진 사람은 학교 선생님으로 학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관과 진로에 대해 많은 영향을 주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 외에 종교를 가진 농인들은 교역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실생활을 보면 자신이 구화를 하여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발성을 하여 직접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와 인공와우 수술을 하여 상대방의 말하는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의 경우 직접 소리를 듣고 발성을 배워 상대방과 대화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나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을 만났을 때는 아무런 의사소통의 지장이 없지만 수어를 모르는 청인을 만나 대화하려고 하면 수어 통역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시장을 가서 물건을 살 때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강의를 들을 때 등 청인 사회에서 활동하고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어통역사의 통역이 필요할 때가 많다. 지금은 수어 통역사 시험을 본 사람들이 제법 많이 배출되었고 지역마다 수어통역센터가 있는 곳이 많아 통역을 의뢰하면 되지만 자격증 제도가 시행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어 통역은 수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도 하였지만 자녀들이 대행하기도 하였다.

농부모로부터 어릴 때부터 수어를 같이 사용한 어린이가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역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청인들의 경우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요즈음은 보통 통번역대학원 출신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다. 통번역대학원을 일단 졸업하면 어느 정도의 수준을 보장받기 때문에 취업에서도 유리하고 또 국제회의 통역의 경우는 시간당 상당한 보수를 받기 때문에 선호하는 직업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고등학교보다 수업이 많은 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같은 반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어학 실력과 순발력 등 모든 것이 드러나는 일을 감내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소위 크리틱이라고 하는 통역 후에 일종의 지적과 권고 및 대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에는 피가 말리는 스트레스가 엄습하는 기간을 견디어 내야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대학원에 입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도 없지 않다. 끝까지 버티어 낸 졸업생도 1/3 정도만 졸업시험을 통과하여 험준한 산을 넘게 된다. 그러나 졸업 후에도 계속 공부를 하여야 전문적인 통역사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직접 서서 통역을 하는 경우는 정장이 필요하지만 부스에 앉아서 통역하는 경우는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기에 편한 복장으로 입은 경우가 많으며 2인 1조로 통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통역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을 잘 통역하기 위해서는 회의의 내용을 계속 경청하여야 한다. 자신의 통역을 녹음하여 셀프 크리틱을 하는 통역사들도 있다. 보다 적절한 통역을 위한 권고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통역사가 되어야 자기 발전이 있다. 수어 통역사의 경우 서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신적 노동뿐 아니라 손과 팔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육체적 노동의 강도를 견디어 내야 하는 만큼 자신의 체력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눈 내리는 유세장에서 몇 시간씩 흰 장갑을 끼고 교대 없이 중노동을 하는 수어 통역사는 이제 없는 시대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