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목회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로렐라이 언덕 바로 아래 한국 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이 있었습니다. 이곳 사장님은 당시 필자의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여성도님이셨습니다. 하루는 그곳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 몇 명과 동행하여 그 레스토랑에 심방을 갔습니다. 이는 로렐라이 언덕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유학생들에게 그곳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거니와 유학생들에게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맛보게 할 의도였습니다. 가는 도중 학생들에게 로렐라이 언덕의 유래를 설명하였더니 학생들이 “목사님,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라며 즐거워했습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여, 예배를 드리며 열심히 준비한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그분이 조금 어눌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내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모르세요?” 그분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여 설교하였는데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지 않은 말씀이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넘었고, 순수하고 솔직하신 분이라 그렇게 표현했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성도님, 목회자가 점쟁이는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 맞습니다. 저는 성도님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나름의 변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 자신이 얼마나 성도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몰려왔습니다.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 구석구석은 연대까지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성도들의 살아온 인생과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몸부림치며 기도하고 노력했는지를 생각해보니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주일날 예배를 전후로 많은 성도들과 만나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묻습니다. 하지만 그 성도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점점 심방을 기피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심방은 더욱 어렵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심방은 아주 중요한 사역입니다. 심방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아픔과 감사, 간절한 기도의 제목들까지 성도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목회자가 모든 성도의 집을 정해진 기간에 방문하려다 보니 하루에도 몇 가정씩 시간에 쫓기듯 형식적으로 심방을 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요즘도 심방을 가서 예배를 드리며 설교를 할 때면, 가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그 성도님의 순수함과 솔직함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지금 심방하는 가정을 위하여 얼마나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고 왔는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왔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더불어 “목사님, 어떻게 제 마음을 그렇게 모르세요?”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자 노력해 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