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약속을 기다리는 남은 자들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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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것이 지난해 3월 11일로 어느덧 한 해가 되어간다. 현재 각국은 저마다 중간 결과를 받아 들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각국의 대응과 정책에 대해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고 다양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22일 영국 정부는 현 제한 조치에 대해 5단계 완화 일정과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찬 서리를 뚫고 희망의 새싹이 돋았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사태 반전을 묘사했다.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변수를 우려하면서도 직설적으로 ‘(팬데믹 상황의) 끝이 진정 눈앞에 다가왔다’거나 ‘자유를 향한 일방통행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매일 1만 명 가까운 신규 감염자와 2백 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총리의 언급대로 변이 바이러스의 변수와 불확실성 또한 여전하다. 그런데 정부는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희망적 선언, 그것도 4개월 뒤의 조치까지 앞서 발표한 것일까? 아마도 예상보다 빠른 백신의 보급과 정확한 통계와 추이 분석에 따른 대응 계획이 마련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영국의 백신 보급은 2월 하순에 1천8백만 명을 넘어섰다. 50대 이상의 접종은 4월 중순 이전에, 성인은 7월 중순 이전 조기 완료를 전망한다. 또한 감염자와 확진 후 28일 이내 사망자, 입원 환자의 비율이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그러나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연말에 비해서는 매주 20퍼센트 이상, 최근 들어서는 그 절반 가까운 감소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를 대응하는 영국 사회의 모습은 한국 방역 당국의 조치와 우리 시민들의 협조적 모습에 비하면 초기부터 너무도 느슨하고, 심지어는 무책임하게 보이는 상황을 노출해 왔다. 그러나 지난 여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성급한 낙관론이 등장할 때 영국 정부는 오히려 끔찍한 제2차 대유행을 경고하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긴장을 놓지 말도록 대국민 설득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전쟁 중에도 경험하지 않았던 성탄절 휴가 기간 가족 간 재회까지 제한하는 초강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럼에도 걷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피로감, 불신,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새로운 구호를 내걸었다. ‘(완화 조치의 관건은) 날짜가 아니라 통계(Data not Dates)’라는 것이었다. 스포츠의 승률이나, 선수의 활약, 경제 전망을 넘어 일상의 소비와 문화까지 빅데이터 분석이 이뤄지며 더욱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사도행전은 주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과의 마지막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때이니이까’ 주님은 이에 대해 아버지께 속한 ‘때와 시기’(Times or Dates)의 문제는 잊고, ‘함께 모여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라’는 당부와 ‘성령을 받고 땅 끝까지 나아갈 것’을 강조하셨다. 한국교회에게 3.1 만세운동은 신자가 국민 2퍼센트 미만, 열악한 현실에서 운동의 구심점과 소통, 확산 창구 역할을 감당, 사명공동체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동시에 신생 종교임에도 높은 도덕성과 헌신성, 체계적 네트워크를 통한 실천력으로 나라 잃은 설움과 끝 모를 고통으로 신음하는 동족에게 새로운 질서로 이끌어 줄 희망공동체임을 각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회고는 급성장의 이면 속에 자라난 극단적이고 왜곡된 반사회적 신앙 양태, 편향적 선교관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는 기독교 일각의 현실과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COVID 19’ 상황 속에서 영국 교회는 정부나 사회와 다른 차원에서 동반자가 되어 사회를 섬기며 동시에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의 삶을 지지하고 지원하며 위기 극복과 회복을 돕고 있다. 영국연합개혁교회(URC)의 경우 10년 전후의 임기와 전임 사역으로 시노드(Synod)를 이끄는 노회장이 중심이 되어 지역교회 목회자와 가져온 정기 면담 창구를 확대해 총회 차원의 정책, 노회 간 협의내용들을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직능별 모임을 장려, 상황과 필요에 대한 자료와 의견을 폭넓게 수렴,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기존의 대면 교육, 훈련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전환해 지속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비공식적 정기 모임을 신설, 고립감과 목회 사역 위축에 따른 정서적 지원도 병행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국 광복의 그 날이 언제인지 묻지 않고 일사각오로 소망 가운데 헌신했던 신앙 선조들이 믿었던 바와 같이, 교회와 선교의 위기에 더해진 코로나의 엄중한 현실 또한 모여 약속을 기다리는 남은 자들을 통해 회복시키실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김보현 목사
<총회 파송 영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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