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회에 공간으로서의 예배당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제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의 시대이고,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시대다.
얼마 전 나는 기존에 사용하던 핸드폰을 아이폰(iphone)으로 바꾸었다. 나와 같은 시각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 해서 내린 결정이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의 위력은 생각보다 탁월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스티브 잡스는 역시 천재적 인물이며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많은 휴머니스트였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사용하던 폴더폰이 고장 난 후 잠시 힘들고 막막하였지만 아이폰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조금씩 아이폰에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폰 안에서 나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다. 아이폰, 아니 애플이라는 회사가 왜 플랫폼 비즈니스인지를 알았다. 플랫폼이라는 말을 많이들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교회와 선교를 플랫폼 모델로 만들자고 했지만 우리는 그 플랫폼 사역에 대하여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상상한 플랫폼은 무한대로 그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거의 우주와 같은 것이다. 아이폰 안의 수많은 앱들은 사용자의 거의 모든 필요를 충족해줄 수 있을 정도다. 나는 아이폰의 위력에 감탄하면서 어디까지가 내 도전의 한계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적어도 아이폰을 사용하는 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의 대부분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발견한 것은 그런 방식으로 선교와 목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소박한 깨달음이다. 큰 교회가 작은 교회의 플랫폼이 되고, 나눔을 통해 위기의 시대를 기회로 붙잡는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온택트 사역이다. 현장 중심의 공간형 사역에서 온택트라는 새로운 가상공간으로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어도 온택트 교회는 남을 것이라 한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예배를 공간 속에서 드려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이단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코로나 이후의 교회모델은 온택트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더 이상 공간 중심의 교회는 설득력을 잃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온택트 교회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는 예배와 성경공부, 목장모임 등 모든 모임을 온택트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그런 형식의 모임과 나눔을 함에 있어 조금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교회를 오고가는 시간을 아끼고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는 온택트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장려하고 온택트 형식의 예배와 모임을 가속화하려 한다. 교인들의 욕구가 달라졌고 그들은 충분히 스마트하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와 교인들의 수용력에 응답하여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교회의 존재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나섬은 그래서 온택트로 간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