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수어도 사투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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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소리를 듣고 그 사람의 출신을 잘 알아맞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말투를 보고 추측하는데 얼마나 잘 맞히는지 신기하였다.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기는 쉬운데 어느 지방 사투리 인가를 금방 알아채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표준말을 사용하는 지방 사람이라도 억양을 보고서 알아맞히기도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억양과 말투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을 한 번에 알아보는 사람은 참 귀가 예민하고 재치가 있는 사람이다.
음성언어와 달리 수어에는 사투리가 없는가? 하는 질문은 수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해 볼 만도 한 주제이다. 수어도 음성언어와 마찬가지로 사투리가 있다. ‘우유’를 나타내는 수어의 경우 흰 것을 뜻하는 의미로 치아에 검지를 가리키고 앞가슴 앞에서 주먹으로 젖을 짜는 모양이나 또는 머리에다가 소를 나타내는 수어를 먼저 하고 유방 앞에서 오른손으로 젖을 짜는 시늉을 하는 등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수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어에 따라 지방마다 각기 달리 사용하는 수어가 있어 농인이 어느 지방에 살고 있는지를 수어를 보고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음성언어에서처럼 아주 다른 단어를 쓰는 느낌은 경미하여 그 뜻을 추측하기 쉬운 경우가 많다. 미국 수어의 ‘milk’를 보면 젖소에서 우유를 양손으로 짜는 동작을 하는데 쉽게 우유를 연상할 수 있다. 이같이 수어는 음성이 들어가 있는 언어가 아니고 동작과 손과 손가락의 모양과 얼굴 표정 등이 포함된 움직이는 언어이기에 비록 사투리가 되었던 외국 수어가 되었던 그 느낌이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단어가 많다. 물론 같은 모양이지만 나라에 따라 아주 뜻이 전혀 다른 수어도 있다. 음성언어의 경우 표준말이 필요한 이유는 공문서의 작성과 교과서의 제작에 있어 통일된 용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어의 경우 수어로 된 공문서가 있을 수 없으며 수어로 제작된 교과서는 아직 공인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표준수어가 강제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수어가 필요한 모임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게 된다. 종교단체가 전국 모임을 하거나 교단이 다른 교파가 연합예배를 드리는 등 오랜만에 전국에 있는 농인들이 교단이 다른 농인 성도들과 교류를 할 때 통일된 단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일찍이 초대 영락농인교회 1대 당회장이셨던 고 박윤삼 목사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 초 농인교회 교단 수화찬양통합운동을 벌였으나 진행이 잘 안 되었다. 2010년 문교부와 한국농아협회에서 만든 한국수어사전의 별책 중 기독교수화는 교단마다 조금씩 다른 기독교수어를 통합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이후 교단마다 조금씩 달리 사용하던 ‘아멘’ 수어 등이 통일이 되었고 사도신경의 수어 단어도 통일이 되었다. 찬송가는 아직도 청인이 작사 작곡한 것을 수어로 바꾸어 부르고 있는데 이제는 수어시도 나오고 농인 작가도 배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어로 된 찬송가를 한글로 번역한 것에 곡조를 붙이는 농인 원저의 수어찬양곡이 나와 그들의 정서에 맞는 찬송가도 창작이 되어 하나님께 찬양 드리며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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