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산하 69개의 모든 노회는 봄 정기노회를 개최하게 된다, 노회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고, 본 교단 제106회 총대를 선출한다. 그리고 제106회기 총회에 제출할 「헌의안」을 논의하게 된다. 우리는 간혹 총회에 제출한 「헌의안」을 보면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단의 정체성을 무시한 「헌의안」을 많이 발견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의 정체성은 현재까지 105회기를 거쳐 오는 동안 그동안의 역사 가운데 형성되어 왔다. 기억할 것은 처음 한국장로교회는 하나였다, 그러나 일제의 강압에 굴복한 교회는 1938년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가결하였다. 신사참배의 가결은 한국장로교의 분열의 씨앗이 되어 1952년 고신의 분립이 있었고, 1953년에는 신학적 노선의 차이로 예장과 기장이 분열되었다. 그리고 1959년에는 통합과 합동의 분열이 있었다. 신학교 부지 구입대금의 사기사건, WCC 가입문제, 경기노회 총대문제 세 가지가 분열의 원인이지만 중요한 이슈는 WCC 가입이 빌미가 되었다.
통합·합동은 ‘모두 합쳐 하나로 만듦’이라는 의미인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북통일만큼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교단은 한국교회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잘 감당하여 왔다. 가장 먼저 신학대학원을 만들어 목회자의 수준을 높여 왔으며, 1970~80년대의 산업선교, 빈민선교도 갖은 탄압에서도 주력하여 교회의 사회적 본분을 다하였다.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민주화의 기여도 우리 교단이 으뜸이었다. 해외 선교단체와의 교류, 북한선교, 해외선교도 잘 감당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위기 가운데 교단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돌이켜 볼 때이다. 교단의 정체성은 첫째, 그동안의 장로교 분열의 역사 가운데서 찾아 볼 수 있다. 고신과 기장과 합동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보자.
둘째, 교단 헌법에 명시된 사도신경, 신조, 요리문답, 웨스트민스트 신앙고백과 한국교회100주년을 기하여 제정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서(1986)와 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서(1997)를 깊이 생각하여 보자. 특히 1986년, 1997년 제정한 신앙고백서는 이 시대에 교회지도자들이 꼭 깊이 생각하여야 할 신앙고백이라며, 정체성이 잘 녹여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 역사 가운데서 이단들이 창궐할 때마다 목사와 장로들이 갈팡질팡하며 따라갔던 일이 생각난다. 문선명 통일교가 그랬었고 박태선 장로의 경우도 그랬었다. 용문산 나운몽 장로, 과천 장막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 통합 교단의 지도자들은 교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여 보자.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곤두박질치는데, 우리가 속한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과속 질주하고 있는데 교회와 노회 그리고 총회는 멀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서로 높아지려고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지켜온 정체성을 깊이 생각하는 교단의 지도자들이 많았으면 한다. 여기에 본 교단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