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LH사태를 보면서

Google+ LinkedIn Katalk +

부동산 가격폭등을 잠재우겠다고 3개의 신도시 개발을 정부가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LH사태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소관부처 중심의 실태조사를 통해서 파악된 바로는 그 신도시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LH 및 관련된 몇몇 지자체 직원과 그 가족들 약 20명이 신도시 개발의 비밀정보를 이용해서 미리 토지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미 시작된 정부의 조사와 수사에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러한 동시다발적 불법적 투기 행위가 단순이 몇몇 사람에 의한 일탈 행동인지 아니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공기업인 LH나 지자체 등 개발 책임기관의 부동산행정에 내재한 구조적 취약성 때문인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런 비리와 불법의 근본적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제시할 수 있을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으나 그때마다 정부가 취한 처리방법은 그때까지 해 온 구태의연한 처리방법의 되풀이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간 예가 드물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부만 탓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도 그간 이런 사건이 무수히 발생했으나 일단 조사나 수사가 끝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상’으로 곧 돌아가고 만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말이 주권자라지만 우리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서 국민의 목소리와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가 여러 차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관습적 투표행위(지역감정, 진영논리 등에 근거한)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선거에서 정치권의 부끄러운 업보에 대한 그동안의 책임을 묻기는 커녕 오히려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선거 결과를 양산해 오지 않았나 묻고 싶다. 

따라서 이번에는 반드시 비리와 위법자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찾아낼 뿐만 아니라 만약에 그것이 ‘구조적 문제가 더 큰 원인이다’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근본적이고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정부의 대응책을 비교해 보면 언제나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주로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을 통한 공소유지 정도가 그 노력의 주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다시 말하면 형사적 처벌을 초월하는 범정부적 과감한 공공기관의 혁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그 안에 특별한 혁신적인 것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기껏 한다는 것이 관련된 기관의 조직 개편과 관계 장관 및 몇몇 공직자의 인사경질 정도를 넘지 못하였다는 말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비리나 불법에 대한 개별적인 일탈 문제에 대한 사법처리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해결책으로서의 혁신은 당연히 구별되어야 하고 그 대응책 역시 별개의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법기관에 의한 수사나 기소 및 재판을 통한 처벌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그 규모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별로 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있는 인력으로 능히 처리할 수 있을 수 있으나 혁신적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구조적 문제의 정확한 파악과 그 대책이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런 기관의 인사와 조직관리에 관한 문제는 평소에 그러한 문제의식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엉뚱한 처방과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즉, 평소에 정부의 예산, 인사, 조직, 관리 분야에서 연구했거나 활약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실제로 그런 문제해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원인 파악과 대책에 관한 윤곽은 모를 리 없으나 그런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결코 녹록한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민관의 구분 없이 그러한 경험과 능력이 있는 개인이나 연구기관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 국회 또는 언론매체 할 것 없이 우리가 늘 실수하는 고질적인 함정인 ‘빨리빨리’를 주문할 것이 아니라 이것 역시 그간의 업적으로 실력이 증명된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