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A급 경고지역에서 무슬림 선교가 가능할까?
여리고에 있는 엘리사의 샘(Elisha Spring Fountain)과 관련한 엘리야와 엘리사의 시대에 여리고에 선지자 학교가 있었다. (왕하 2:15-19) 열왕기하 2:19-22에 의하면, 여리고 성 사람들이 엘리사에게 “이 성읍의 위치는 좋으나 물이 나쁘므로 토산이 익지 못하고 떨어지나이다”라고 말했을 때, 엘리사가 새 그릇에 소금을 담아 가져오라 한 후에 물 근원으로 나아가서 소금을 그 가운데에 던지면서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이 물을 고쳤으니 이로부터 다시는 죽음이나 열매 맺지 못함이 없을지니라”고 말하니 그 샘의 근원이 고쳐져서 오늘에 이르렀다.
여리고는 물이 귀한 사막 한가운데 여러 개의 샘을 가지고 있어, 주변의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유다 광야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성으로 사람이 거주하여 살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며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길목이다. 엘리사의 샘이 일으키는 오아시스의 기적은 여리고를 풍요롭게 해서 온갖 질 좋은 과일이 풍성하다. 성지를 찾는 순례객은 여리고에서 병에 담긴 물과 무화과와 건포도와 대추야자 열매를 산다. 유대인의 농장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여리고에 엘리사의 샘물과 같은 기적이 계속해서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한순간에 일어난 기적으로 아직도 여리고에 샘물이 오아시스가 되어 그치지를 않고, 여리고 전역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처럼 ‘죽음이나 열매 맺지 못함’이 없을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 이제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명의 구주로 오신 이후 2천 년이 지났지만, 여리고에서 교회의 흔적은 시험산 중턱에 있는 수도원뿐이다.
엘리사가 전한 말씀대로 과연 여리고 산의 엘리사의 샘물은 물맛이 시원하고 좋기로 유명하다. 여리고를 찾는 순례객마다 낮이고 밤이고 엘리야의 샘을 찾아도, 문지기는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을 하고 문을 열어 준다. 여리고에서 1만 년이란 역사를 지닌 여리고 성벽 유적지 위에서 바라보는 유대광야는 황혼녘에 서산에 지는 석양과 더불어서 장관을 이룬다. 황량한 모래 산이 있는 유대광야에서 시험산을 조망하며 성만찬을 행하면서 누가복음 22:14-20의 말씀을 묵상하는 것도 은혜롭다.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 시험산(Mount of Temptation)에서 예수께서는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자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시험을 받으셨다. (마 4:1-11; 눅 4:1-13; 막 1:12-13) 성경은 예수께서 금식하고 시험받으신 정확한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 후에 전통적으로 여리고의 뒤쪽에 있는 카란텔 산을 예수의 첫째와 셋째의 시험 장소라 한다. 여리고의 산꼭대기에서 마귀가 예수께 천하만국을 보여주며 시험한 장소이다. 6세기에 예수께서 머물렀다는 산의 동쪽 동굴에 교회가 세워졌다. 13세기에 교회는 폐허가 되고 1874년에 희랍 정교회가 이곳에 수도원을 다시 지었다.
유대인은 A급 경고지역으로 붉은색으로 표시하여 찾지 않는 여리고를 한국에서 온 순례객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기쁨으로 찾아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유대인은 보험이 안 되지만, 한국인은 아랍 운전사와 아랍 버스를 전세하였기에 여리고를 찾아도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답변이 우스운 측면도 있지만, 사실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반군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여도 한국인은 순교를 각오하고 이스라엘을 찾는다. 이런 말을 하면, 공연히 불안한 마음에 가뜩이나 성지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성지 답사를 꺼리는 이유로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랍인이 자신들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을 공격하지 않는다. 더구나 로켓탄도 성경의 유적지를 향해서 날아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성경의 유적지는 안전하다.
아무리 중동 선교가 위험하다고 할지라도,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아랍 지역이라 무슬림이 살아가는 곳을 기독교인이 찾아가니 단지 주의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정을 붙이면 기대어 살 수 있다. 오랜 시간 같이 얼굴을 맞대고 삶을 나누다 보면, 무슬림과 친구가 되고 예수를 믿는 형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
유대인의 A급 경고지역인 여리고이지만, 무슬림 선교가 가능할까?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가능하다. 물론 코란이 무슬림의 타종교 특히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명예살인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가까스로 무슬림이 예수를 믿어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결신자도 쉽게 생기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공동체 생활을 해야 겨우 한두 명을 양육하는 아주 열악한 상황이 무슬림 전도이다. 자칫 잘못하면 신분을 숨기고 여행업이나 농업 혹은 자영업으로 여리고에 뿌리를 내린 선교사도 한순간에 추방될 수 있지만, 다 알면서도 자기들과 수십 년을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모른 채 묵과하다 보면 그 선교사의 주위에서 생명이 잉태되고 싹을 내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여리고에 새로 문을 연 오아시스 호텔은 그 규모나 시설 면에서 여리고의 그 어떤 건물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그 엄청난 규모의 호텔을 가장 자주 이용하는 주 고객은 당연히 한국인 순례객이다. 비용도 저렴하거니와 쾌적한 실내와 풍성한 식탁이 그야말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육체적으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과거 삭개오가 예수를 자기 집에 영접함으로써 누렸던 영적인 축복도 충만하게 채워져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엘리샤의 예언으로 아직도 살아있으니, 언젠가는 여리고에도 성령으로 충만한 봄이 도래함으로써 무슬림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생명의 축복이 봄꽃처럼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