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오면 어김없이 나무에는 새싹이 돋고, 들에는 파릇파릇한 잔디가 솟아난다. 태양이 강렬해지면 새싹은 쑥쑥 자라나고, 새들은 즐거이 노래하고, 꽃들은 활짝 피어 웃음 짓고,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희망을 잔뜩 그려 준다. 우리 모두 싱그러운 봄 내음을 풍기는, 푸른 봄의 희망을 노래하며 살았으면 한다.
구약성경에서 예레미야는 “네 마음의 밭을 새로 갈아라!” 하고 외친다. 농부들이 논밭을 갈고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 봄이다. 논밭을 가는 것을 농경(農耕)이라고 하고, 마음의 밭을 가는 것을 심경(心耕)이라고 한다. 모두가 마음의 밭을 열심히 가는 부지런한 농부처럼 인생을 살면 좋겠다.
농촌의 화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은 반 고흐도 특별히 사랑한 명작이다. 고흐는 밀레의 그 작품을 극진히 사랑한 결과자신도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아마 이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림에서는 한 젊은이가 한 손에 바구니를 들고 넓은 벌판에서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 그림은 매우 간결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함 속에 위대함이 있고, 소박함 속에 진실이 있고, 간결함 속에 깊은 진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진리를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한다.
진리는 꾸밈과 가식을 싫어하고, 진실은 허영과 겉치레를 좋아하지 않고, 성실은 언제나 단순한 옷을 입고 나타난다. 사랑을 고백할 때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수줍어하고 말더듬이처럼 어눌해지기 쉽다. 왜냐하면 참 사랑은 진실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그 속에 인생의 깊은 진실과 진리가 들어 있다. 이러한 단순한 성실함이 삶의 묘미를 드러내고, 사람의 생명이 지닌 가치를 높여 준다고 믿는다. 우리는 열심히 씨앗을 뿌려야 한다. 성서가 가르치는 대로 좋은 씨앗을 좋은 땅에 뿌려야 한다.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어떤 씨앗을 뿌려야 할까?
첫째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초원에 희망의 새 씨앗을 뿌리며 살아야 한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고, 희망은 생명에 이르는 원리다. 절망에 빠질 때 우리의 인생은 어두워진다. 삶의 용기를 잃고 장래가 암담해진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이 희망으로 가득 찰 때 우리의 몸에는 힘찬 생기가 솟아나고 우리의 얼굴에는 화기가 감돈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철학자 에릭 프롬은 사람을 ‘호모 에스페란스’라 했다. ‘호모’는 라틴어로 인간을 의미하고, ‘에스페란스’는 희망을 의미한다.
인간은 빵으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양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육체적 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 양식이다. 산다는 것은 희망을 품는 것이고, 희망의 등불이 밝혀져 있는 것이 생명력이다. 불을 켜면 주위가 환하게 밝아지고 따스해진다. 이렇듯 희망은 용기를 낳고, 용기는 힘을 낳는다. 가슴속에 희망의 태양이 빛날 때 우리는 어려움을 꿋꿋하게 참고 시련을 신념으로 이겨 내고 고난을 인내로써 극복하게 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