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윤리는 불필요한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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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기본적으로 LH를 감시 감독할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에게 그 제1차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부 전체 공공기관의 운영과 그 평가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법률로써 감시 감독할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그 책임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의 윤리적 기강이 이처럼 타락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의 비리와 위법의 핵심은 비밀정보를 공직자가 자신과 동료 직원이 공유해서 개발예정지 땅을 미리 구매하도록 했으나 한참 후에 이런 사실이 시민단체에 의해서 공개될 때까지 그 조직의 상사나 그것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제재는 고사하고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구조적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감독기관이 이처럼 피감독기관을 제대로 감시나 조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이 두 기관의 관계가 겉으로는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피차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로서 감독을 하고 그 지시를 따르는 관계, 즉 상명하복의 관계가 상실된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감독의 책임이 있는 현직 고위공무원들은 ‘얼마 후 퇴직하게 되면 나도 그곳에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해야 할 판에 설혹 비리가 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너무 혹독하게 묻는 것은 우선 자기 자신도 그러한 비리를 사전에 막지 못한 감독 실패의 사유로 오히려 그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차라리 현명한 방법은 조용히 피차가 ‘눈감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비단 LH에만 국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미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에서 이와 비슷한 조직문화가 은연중에 오랫동안 육성되는 것을 방치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이처럼 공직윤리가 거의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그것과 비슷한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최근 언론에 의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직 직원 29명이 기업체 임원으로 취직이 됐다는 소식인데 그간 우리나라 금융계의 수다한 비리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의 경영과 인사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공공기관 전부는 아니나 상당수의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의 장과 임원들이 경영이나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들이 감당해야 할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이나 윤리적 행동은 상당히 취약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여당의 선거운동 덕분에 얻은 또 하나의 ‘돈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가 아닌가 의심된다는 말이다. 그러는 사이 정권은 자주 바뀌고 새로 들어온 정권 역시 똑같은 엽관제(The Spoils System)를 반복하다가 대부분이 법적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감독기관이나 피감독기관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뿐더러 거기에 걸맞는 혁신은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혁신이 요구하는 장기적 계획이나 그에 따르는 막대한 투자는 엄두도 못낸 채 모든 것이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이러한 폐단은 비단 공직사회의 실무 계층에서만 만연되는 현상이 아니다. 비단 공직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다른 영역에서 이처럼 법률의 준수와 위법 사이에서 생기는 많은 사건이나 사태를 이처럼 다루어 온 배경에는 우리 공직사회의 지도층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다루는 ‘공공인사’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즉, 인사행정을 마치 서무행정의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오류 말이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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