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한국교회] ‘나자라’는 예수에게 붙인 유일한 고유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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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라 예수’는 경멸적인 언사인 ‘나사렛 사람’과는 다른 칭호이다

콘스탄틴 대제의 모친 헬레나는 4세기 무렵에 나사렛에 첫 번째 성당을 지었다. 이슬람이 중동을 지배하고 있을 때 나사렛도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 후 나사렛은 1099년에 십자군에 의해 해방되어 벧산(BETH-SHAN) 교구가 되었다. 1187년 사라센이 호른 근교에서 십자군을 무찔러 나사렛은 통치자가 바뀌었다. 1229년까지 프레데릭 2세가 통치했으나 34년 후에 마말록 술탄 바이발스에게 넘어갔다. 터키가 1517년 통치권을 획득했고 1620년에는 프란시스코회가 성지 전역을 지도하게 되었다가 1518년 영국이 터키로부터 빼앗았다. 30년 후 이스라엘이 아랍의 파우지 카욱지에게서 나사렛을 빼앗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 세워진 중동 전역에 걸쳐 가장 큰 교회인 수태고지기념교회(Bacicica of the Annunciation)는 1966년에 완성되었다. 웅장한 이 교회는 비잔틴과 십자군 교회들이 세웠던 그 폐허 위에 재건되었다. 구리로 채색된 피라미드식의 둥근 지붕이 인상적이며 아래층에는 수태고지 동굴이 있다.

예수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는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지리적으로 매우 외졌던 나사렛에 살고 있었다. 마리아는 나사렛에서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았다.(눅 1:26-33) 요셉은 천사 가브리엘의 명령을 따라 임신한 마리아를 데려와 함께 살았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탄생을 예고해 준 장소에 세워진 교회가 나사렛에 세워진 5번째 교회로 1955년 건축을 시작하여 1969년 완성되었다. 성지에 있는 교회로서는 최대의 규모이며 이태리의 건축가 죠반니 무치오가 설계한 것이다. 이 교회 안에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성화가 진열되어 있다. 현재 교회의 지하층에는 예수 수태고지 동굴이 잘 보존되어 있다. 교회 경내 북쪽에는 요셉교회가 별도로 세워져 있다. 이 교회는 요셉의 목공소가 있던 자리라고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교회로서 현재의 교회는 1914년에 봉헌된 것이다. 이 교회의 지하층에는 예수 당시까지 소급되는 시대의 물탱크와 곡식 저장소가 있다.

마태는 선지자의 예언 성취라고 언급(마 2:23)에 묘사된 대로, 나사렛은 예수에게 제2의 고향과 같다. 그러나 마태가 인용하는 선지자의 말씀과 문자적으로 병행되는 구절을 구약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바로 ‘나사렛 사람’이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나사렛’이라는 지명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사야 11:1에 나오는 ‘가지’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학자들은 요셉이 헤롯 아켈라오를 두려워해 나사렛으로 방향을 돌림으로 나사렛 사람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 바로 이사야의 예언 성취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많은 학자가 나사렛 지명을 다양한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라는 의미를 선호한다.

예수는 이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으며(눅 2:39-51), 세례 요한에게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나사렛을 떠나 가버나움으로 이주하셨으며(마 4:13), 가버나움을 공생애의 전초 기지로 삼으셨다. 예수는 공생애 기간에 나사렛 회당에 가셔서 ‘주의 은혜의 해’에 모든 멍에에서 벗어나는 희년이 도래했음을 선포하셨다. 나사렛 사람들은 예수의 선포와 은혜로운 말씀에 놀라워했지만, 요셉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예수를 영접하지 않았다. 그러자 예수는 선지자가 고향에서 환영을 받은 자가 없다고 말씀하시고, 그 예로 엘리야 시대에 가뭄을 피했던 유일한 사람이 사렙다 과부이며, 엘리사 시대에 유일하게 나병에서 깨끗함을 입은 나아만 뿐이었다고 하면서, 오직 이방인들만 고통에서 구원을 받았음을 암시적으로 선언하셨다. 예수의 예는 엘리야와 엘리사 시대에 유대인들이 버림을 받았던 것처럼 예수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회당에 참석했던 나사렛 유대인들은 버림을 받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선언이었기에, 그들은 분노해서 예수를 동네 밖 산 낭떠러지로 끌고 가서 밀쳐 떨어뜨리려고 했다.(눅 4:16-30)

신약성경에서 나사렛은 이런 지명 외에도 “나사렛 예수”라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는 예수가 나사렛 출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나사렛 예수”라는 표현에서 특기할 만한 사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예수의 제자 빌립이 나다나엘을 전도할 때 벌어졌다. 빌립은 나다나엘에게 여러 선지자가 말했던 메시아(신 18:15-18; 사 9,11,53장)가 바로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고 말하자, 나다나엘은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고 말해, 나사렛을 경멸 투로 말했다.(요 1:45-46) 이는 나사렛이 당시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으며, 좋지 않은 평판을 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마태복음 4:13과 누가복음 4:16의 공통구절인 Q(독일어 Quelle는 ‘자료’란 뜻)에서 간략한 단어인 헬라어 “나자라”가 유일하게 사용된다. 이 ‘나자라’ 칭호는 예수에게 붙여진 고유명사이다. 예수의 지역적 특징을 나타내는 칭호로 그 당시의 유대인들이 예수를 ‘나사렛 사람’(히브리어로는 노쯔리, 마태복음 2:23; 누가복음 1:26; 2:39,51)이라고 부른 것과는 달리, Q 공동체는 갈릴리에서 공생애를 시작하신 스승을 ‘나자라 예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자라 예수의 경우에는 나사렛 예수와 전혀 다르다. 오직 예수에게만 나자라란 칭호가 붙여져서 다른 나사렛 사람과는 엄격하게 구별된다. 오직 나자라 칭호만이 유일하게 예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다. 아직도 나사렛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랍인은 나사렛 예수를 경멸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구원의 희망이 되시는 나자라 예수를 올바르게 전도해야 한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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