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초등학생 시절엔 선생님은 몹시 고귀한 사람이라 화장실도 안 가는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로 어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온갖 열성을 다하여 가르치는 자세는 정말 존경스러워서 그의 가르침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충실하게 따른 결과로 나의 인생에 큰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고마워하며 살아왔다. 특히 그 당시에는 전력 사정이 나빠 밤이면 나갔던 전기가 새벽에야 들어오기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중요했다. 이때 선생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전에 ‘4시에 일어나야 한다’라는 주문을 정말 믿으면서 자기 나이만큼 외우고 자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라고 가르쳤다. 이를 믿었던 나는 그대로 실천하였고 정말 4시면 일어나는 기적 같은 결과를 보면서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에 중학교에 가서는 한 주일에 한 번 있는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의 훈시 중에 반복해서 나오는 주의 사항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서는 반드시 물 한 컵을 마시고, 대변을 보아라. 둘째로 나는 몹시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항상 지녀라.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걸을 때는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걸으라는 당부였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는 그가 항상 ‘너희는 주옥같은 학생이다’라고 부르는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일생동안 실천함으로 「내가 몹시 중요한 사람이며, 또한 건강한 육체를 지녔다」라는 자부심을 지니면서 일생을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군사부일체는 「소학」에 나오는 말로 사전적인 해석은 군주와 스승, 그리고 아버지의 은혜는 같은 것이라는 뜻이며, 그만큼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스승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근래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인생에서 중요한 지식과 인덕을 교육하는 스승을 한갓 지식을 전수하는 선생으로 취급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이에는 그런 대접을 받기에 충분한 몰상식적인 처신을 하였던 선생들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매년 5월 15일로 제정되어 기념하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는 것이 좋다는 여론까지 일어나는 현실이기도 한다.
예로부터 ‘반자를 더 알면 급장이요 한자를 더 알면 스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지식이 더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당연하지만, 세상의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을 비롯해 수많은 인터넷을 통한 수단은 점점 많아지는 현실이기에, 단순한 지식 전달자를 넘어 인격함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스승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그것은 우리가 배우는 장소는 비단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기간 또한 학생시절만이 아니라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이기 때문이다. 학교 밖에서도 책을 통해 공부를 할 수 있고, 특히 우리가 섬기는 교회생활이 가장 비근한 배움의 터전인데 우리는 그곳에서 배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르치는 위치에 서기도 한다. 그러기에 언제나 나를 돌아보아 나의 처신에 신중함을 더하고 항상 배우고 또한 남에게 굄을 받는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비록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스승의 날이 없었지만, 오늘의 나를 있게 하신 스승의 은덕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기에 요즘엔 그렇게 널리 불리지는 않으면서 어느덧 살아져가지만 그래도 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태산같이 무거운 스승의 감사, 바다보다 더 깊은 스승의 사랑”이라고 스승의 날에 불리던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