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점점 커지고 특히 복잡한 도시에서 살다보면 여러 가지 품성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럴 때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잘못했다’ 혹은 ‘죄송하다’라고 진심으로 건네는 말이 오고가면서 가볍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때로는 감정적인 문제로 큰소리를 내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불편한 관계나 심지어는 티격태격하는 말싸움으로 번지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주먹다짐까지 보이기도 하면서,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졌냐고 한숨이 나오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면서 때로는 어설픈 싸움 끝에 종내는 「법대로 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현상이 너무도 쉽게 보이는 오늘날이다. 사실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고, 내가 먼저 사과하면 돈이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지위가 높고 낮음을 차치하고 게다가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상으로 돌아갈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분을 참지 못하여 싸우다가 경찰서를 가거나 혹은 일이 커지면서 안타깝지만 고소에까지 이르는 일도 벌어지는 현실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에 협상 방법을 자문해주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고작 음식값 4달러 때문에 동네 중국 음식점과 다투다 체면을 구긴 사건이 벌어졌다. 하버드대에서 ‘협상론’을 가르치는 벤저민 에델먼 부교수는 대학 인근에 있는 중국 음식점에 53달러 상당의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4달러가 더 결제된 것을 발견하고 곧 이메일로 식당에 항의하고 초과된 금액을 환불하라고 요구했다. 식당 주인은 “음식값이 인상되었는데 웹사이트 관리회사의 실수로 아직 반영되지 않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온라인 가격표와 다른 값에 파는 것은 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항의하면서, “잘못 청구된 4달러의 3배인 12달러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식당 주인은 “4달러만 배상하겠다”고 했으나, 속이 좁고 깐깐한 교수는 “법대로 하겠다”며 고소할 의향을 비쳤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공방이 지방신문에 나면서, 주위에는 이 교수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인터넷에는 ‘돈만 밝히는 경영학 교수’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배상금을 위해 모금하자’는 비아냥거리는 댓글도 나왔다. 결국 여론에 밀린 이 교수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함으로 망신만 당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송사는 가급적이면 피하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 일단 송사에 들어가면 설사 이기더라도 그 결과는 알량한 자존심만 살리는 것이며, 그동안에 기울였던 노력에 비해 그 피해는 너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만 꾹 참고 지나면 마음도 진정되고 오히려 푸근하고 넉넉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설사 나에게 커다란 상처나 피해를 입혀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원수 같은 사람에게 가하는 가장 큰 보복은 그를 용서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부호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서 커다란 존경을 받아, 한번만이라도 대화하길 원하는 사람인 워런 버핏의 살아가는 태도는 정말 본받을 만하다. 「그는 언제나 유머러스한 말을 구사하며, 재치 있고 겸손한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절대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 그의 수많은 재산보다 더욱 그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