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파송 선교사들을 ‘돌아오지 않는 선교사’라 부른다. 말 그대로 역파송 되어 떠난 이들은 자기들의 고향과 고국으로 돌아간 것이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요, 또 하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사역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자 바람이다. 그런데 막상 인도로 떠난 판카즈 선교사와 그의 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그의 아내 이 선교사는 위급한 지경에 이르러 입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접하니 내 마음은 마치 자식을 위험 속에 처박아 둔 부모의 심정처럼 눈물이 나고, 가슴이 너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 그 고생을 해야 하나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착잡하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 싶어 후회도 하고 차라리 돌아오라고 이야기를 해야 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이 선교사의 상태를 물어보니 그나마 조금 나아지고 있다 한다. 인도의 코로나 상황이 하루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불안하다.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으라 해야 할 지 아니면 돌아오도록 할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미국 발 뉴스를 보니 인도에서는 현재 약 5억 명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 한다.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뉴스가 봇물이다.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소식을 듣는 나로서는 안절부절이다.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전쟁터의 병사처럼 돌아오지 않는 역파송 선교사의 운명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은 것이다. 한국인 선교사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은 마지막 남은 자로 그곳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며 사명이다. 이런 위급한 상황을 처음 겪다 보니 정신이 아뜩하고 몸마저 아프다. 그래서일까 어제부터 몸이 아프더니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무겁고 힘들다.
역파송 선교사들을 파송하고 참 좋아했지만 이런 일이 생기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내 자신이 흔들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내가 그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루 종일 그들을 생각하며 아파하는 것뿐이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미안하게도 마스크 몇 장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돌아올 수 없고 갈 수 없는 큰 강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나는 여기에서 서로 바라보며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는 큰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 제발 죽지 말고 살아남기를, 오히려 더 강하여져서 고통 받는 이들의 친구로 남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미안하다 친구여!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