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에서 교차하는 유대인 선교와 이방인 선교
오병이어 기념교회가 있는 타브가에 대한 언급은 4세기 이후부터 성지순례의 하나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7세기 중반에 한 순례자는 오직 폐허만을 보았다고 전하고 있다. 고고학의 발굴 결과로 기념교회는 4세기에 세워졌고 교회는 5세기 중반에 재건축되었으며 7세기에는 크게 파괴되었고, 아랍 시대를 거친 이후 잊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교회는 남북으로 56m, 동서로 약 30m 규모로 바닥은 사방 1cm 크기의 자연석을 잘라 맞춘 오병이어 모자이크가 가장 유명하다.
복음서에 모두 보도하고 있는 유일한 기적 가운데 하나인 오병이어 사건(마 14:13-21, 막 6:30-44, 눅 9:10-17, 요 6:1-14)의 현장에 세워진 기념교회로 히브리어 명칭인 Ein Sheva는 일곱 개의 샘이라는 뜻으로 일곱이라는 숫자와 관련이 있다. 일곱이라는 숫자인 헬라어 hepta도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누가의 보도에 따르면 예수께서 산에서 내려오사(눅 6:17) 여러 지방에서 온 무리에게 가르치신 후 ‘빈 들'(눅 9:12)에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로 5천 명의 무리를 먹이셨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유대인을 대상으로 하신 기적이고,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이방인을 대상으로 하신 기적이다.
베드로 수위권 교회는 타브가의 오병이어 교회와 달리 고고학적인 유물이나 성지순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교회는 예수께서 부활 후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베드로에게 양들을 부탁한 장소로 기념되어온 곳이다. 이 교회에 대한 자세한 유래는 알 수 없으며, 현재 교회는 1934년에 세워진 것이다. 로마 천주교에서는 베드로에게 수위권이 주어진 장소로 함께 기념되고 있다.
이곳에 부활하신 예수께서 갈릴리에 다시 오셔서 고기 잡는 어부로 되돌아와 있는 베드로에게 나타나 “네가 이 사람들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면서 “내 양을 먹이라”고 당부하시던 곳(요 21:1-23)으로 작은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다. 기념교회에서 작은 계단을 내려오면 하트 모양의 7개의 돌이 갈릴리의 모래사장에 묻혀있어, 순례객의 발길을 인도한다. 4세기 후반에 세워진 비잔틴 교회의 벽면을 보존하면서 1933년에 해변에 다시 세워진 이 교회 안에는 베드로와 함께 잡은 고기를 구워 잡수시던 바위가 보존되어 있어, 주님과의 사랑은 강요된 사랑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묵상과 기도처가 된다. 그래서 많은 순례객이 바위에 앉아서 고즈넉하게 주님을 묵상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팔복 기념교회는 팔복산으로부터 바다로 경사를 내려와 바닷가에 세워져 있으며, 5세기 비잔틴 시대의 교회 위에 1936년에 다시 세워진 로마 천주교의 성당이 있다. 팔복산 내부의 바닥에 장식된 비잔틴 시대의 다양한 모자이크는 매우 유명하며, 갈릴리 호수 주변의 생물들을 새겨 놓은 것으로 당시의 생태계를 연구할 수 있는 매우 값진 유적이다.
팔복교회에 관해 성경에는 따로 명칭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산상수훈을 설교하실 때에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마 5:1)고 하였다. 바로 이 산을 일컬어 팔복산이라 하였으며, 1938년 이탈리아 건축가 바루치의 설계로 이곳에 8각형의 기념교회가 세워졌다. 교회의 바닥에는 라틴어로 여덟 가지 복에 관하여 모자이크로 새겨 놓았다. 이곳 비잔틴 시대의 교회 유적지 위에 1938년에 새로 건립된 팔복교회는 이탈리아 프란시스 수녀회가 돌보고 있다.
고라신은 모세의 자리가 있는 회당이 있던 곳으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높은 곳에 앉지 말라’는 가르침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유적지이다. 모세의 자리는 고라신 회당 출입문 오른편에 놓여 있는데, 회당 정면을 향하여 있다. 회당 안에 유일하게 하나밖에 없는 의자라, 순례 여행에서 지친 사람들이 서로 앉으려고 앞다툼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왜 예수께서 앉지 말라고 교훈하셨을까? 바리새인들의 교만을 드러내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라신 회당에 놓인 모세의 자리는 복제품이고, 원본은 예루살렘 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고라신 회당의 모조품은 현무암인데, 예루살렘 박물관의 진품은 황톳빛 퇴적암이다. 그 아무것도 아닌 퇴적암 하나를 놓고 자리다툼을 벌이는 인생을 향해서 ‘교만의 상징인 모세의 자리를 탐하지 말라’는 예수의 준엄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거라사는 예수께서 귀신 들린 자를 고치신 기적을 행하신 곳으로 갈릴리의 맞은편이자 거라사인의 지방으로 언급되어 있다. 이곳은 우상을 숭배하는 중심지였음이 확인되었으며 무덤이 많은 이방인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고대 유적을 발굴하게 되었고 비잔틴 시대의 수도원이 있었던 자리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수도원 근처에 있는 언덕에는 작은 예배당이 있었는데 3개의 층으로 된 모자이크가 발굴되었다. 이것은 여러 차례의 파괴와 복구 작업이 있었던 것을 의미하며 이 근처에서 돼지 떼들의 기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아직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한국교회가 이 지역을 발굴하면 경이로운 유물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예수의 가르침은 갈릴리 바다를 향하여 가르치시기도 하고(마 5:1-2), 갈릴리 호수에서 뭍을 향하여 가르치시기도 하였다.(눅 5:2-3) 이렇게 서로 교차하는 모습처럼 갈릴리 호수의 북쪽은 예루살렘과 달리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어울려서 서로 교차하며 살아가던 곳이다. 곧 유대인 선교와 이방인 선교가 교차하는 지역이다. 복음이 교차하는 곳에서 사망의 음침한 곳에서 신음하는 백성들이 소망의 복음으로 덧입게 된다. 성지에 가면 쇼핑하려 하지 말고,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원에 관한 꿈을 꾸어야 한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