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관의 한 청년 정치인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36세의 청년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켜 중진들을 물리치고 압도적인 1위로 일차경선을 통과하였고, 앞으로 있을 결선에서도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 36세의 당 대표는 그 자체 파격일 뿐 아니라, 당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우리 정치에 미치는 충격은 대단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준석과 같은 2030세대의 젊은이들이 이미 여러 분야에서 그에 못지않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만 살펴보아도 K팝의 BTS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리 문화계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30대 신예 기업인들이 새로운 유니콘 기업을 일으키고 기업 문화의 변화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30대는 아니지만 배민을 창업한 김봉진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롤모델로서 새로운 기업가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예술 분야와는 달리 젊은 나이에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학술계에서도 30대 신예 학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메달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는 허준이 교수가 있다.
필자는 지금의 2030세대야말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변화의 주역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태어나서 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조기 해외 유학붐의 혜택을 받은 최초의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1992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가 시대의 대세라고 판단하고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는데, 그중 하나가 국내 대학에 국제대학원을 설립하고 교육의 국제화를 꾀한 것이었다. 마침 국내의 치열한 입시경쟁의 압력과 맞물려 이때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의 조기유학붐이 조성되었고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국내 명문대학에서 눈을 돌려 하버드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부모와의 유대가 아직 필요한 시기인 초중고교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문물을 익히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인물들로 자란 이 세대가 장차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 이준석이 과학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했다는 것이 정치적 자산이 된 것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과정에서 학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정치를 보는 관점과 정치인으로서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이준석은 민주사회에서 정치란 자신의 비전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대화를 통해 자신의 견해도 다듬어 가는 소통 과정임을 잘 알고 있는 것같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과 소통능력이다. 비전은 있으나 소통능력이 없는 구세대 정치인은 아집과 독선, 투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청년 이준석은 합리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비전을 설득하는 소통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기성 정치인과 차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많은 국민 특히 2030청년세대가 열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석과 같은 젊은 세대가 새로운 가치관과 능력으로 이 사회를 혁신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