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지혜운동, 지혜문학, 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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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영원히 감사할 분들 중에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빼놓을 수 없다. 한글처럼 배우기 쉬운 문자는 세상에 없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에서 문맹률이 제일 낮은 나라이다. 고대 애굽인들이 사용했던 상형문자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사용한 쐐기문자는 배우기가 대단히 어려운 문자이다. 필자는 프린스턴신학교에서 학위 공부를 할 때 쐐기문자로 쓰여진 아카디언(Akkadian, 메소포타미아의 언어)을 공부한 일이 있었는데, 너무도 어려워서 혼이 났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고대 애굽의 왕실이나 메소포타미아의 왕실에서는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관리들이 필요했고, 이들을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해서 왕실에서는 ‘관리 양성 학교’를 세웠다. 고대에 왕실 관리가 되는 것은 입신양명하는 가문의 영광이었고, 관리 양성 학교는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곳은 똑똑한 인재들이 모인 곳이므로, 문자만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곳은 자연과 사회문제와 인생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지적(知的) 탐구 활동(intellectual activity)의 요람이 되었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 왕실 관리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난 지적 탐구활동을 ‘지혜운동’(Wisdom Movement)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혜운동’으로 얻어지는 결과들, 지식과 학식을 ‘지혜’라고 불렀다. 이런 맥락에서 ‘지혜인’(Wise man)이라고 하면, 지식과 학식에 뛰어난 지식인, 학자를 의미하였고, 왕실에서 ‘지혜인’이라고 하면 왕의 자문관(royal counselor)을 의미했다.

또한 지혜운동의 결과, 문자로 쓰여진 많은 기록들이 생산되었다. 이들을 ‘지혜문학’(Wisdom Literature)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방대한 분량의 지혜문학을 발굴해 내었고, 이들을 해독하고 번역해서 책들로 출간해오고 있다.
고대 근동 지역의 왕실 학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난 ‘지혜운동’은 오늘날로 말하면 두뇌를 쓰는 ‘연구 활동’ ‘학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혜운동’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발전되었다. 첫째는 자연과학적 분야이다. 이를 ‘과학적 지혜’(Scientific Wisdom)라고 부른다. 고대 자연과학으로서 오늘날의 수준으로 보아도 상당한 경지까지 발전했었다. 즉 천체 천문학, 수학, 기하학, 측량술, 건축학, 의학, 동물학, 식물학 등이다. 발전된 ‘과학적 지혜’를 활용하여 거대한 피라미드도 건축했고, 높은 바벨탑도 쌓을 수 있었다.
둘째, 사회과학적 분야이다. 이를 ‘실용적 지혜’(Practical Wisdom)라고 부른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의 비결을 찾아내는 것이다. 고대 애굽의 ‘지혜인’들은 일견 무질서하고 불의하고 부조리한 것 같은 세상이지만, 그 저변에 변하지 않는 질서와 법칙과 원칙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마아트’(ma’at)라고 불렀다. 그리고 ‘마아트’에 순응하고 합치된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의 비결이라고 가르쳤다. 실용적 지혜의 대표적인 산물은 ‘잠언서’이다. 왕실 학교를 중심으로 지혜문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애굽이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잠언서’에는 왕에 관한 왕도(王道)와 관리들의 행동 지침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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