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남선교회의 전신(前身)인 기독청년면려회(基督靑年勉勵會, CE : Christian Endeavor Society)가 출범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1921년 2월 5일, 전국 최초로 안동교회 당회의 허락을 받아 기독청년면려회는 교회의 공식적인 기구가 되었고, 그 후 안대선(Wallace J. Anderson) 선교사와 권중윤의 헌신으로 확산되어 기독청년면려회 조선연합회 창립총회 및 제1회 전선대회(全鮮大會)가 1924년 12월 2일 서울 피어선 신학교에서 개최됨으로써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청년면려회는 일제의 강압으로 1938년 해체되었다가 1949년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청년 전국연합 총회를 통해 재탄생하였다. 1958년 5월 29일 제9회 전국대회 및 총회에서 청년면려회는 고등 CE, 청년 CE, 장년 CE로 분할되었다가 청년 CE는 장청(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연합회)으로, 고등 CE는 고등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또한 장년 CE는 평신도회로, 평신도회는 남전도회로, 남전도회는 남선교회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남선교회의 효시(嚆矢)인 청년면려회가 한국교회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교회의 성장은 멈춘 지 오래되었고, 교회의 노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기독청년면려회가 과거 절망적인 상황에서 태동했기 때문이다. 1907년 한국교회는 평양대부흥운동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마련했지만 삶이 수반되지 못해 뜨거운 믿음이 급격히 식어갈 그 때 한국교회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1910년의 백만인구령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부흥을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믿음으로 참여한 1919년 3·1만세운동은 교회에 처절한 좌절을 경험하게 했고, 만세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한 교회는 일제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교회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태동한 기독청년면려회는 한국교회가 좌절과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영적 에너지를 주었다.
기독청년면려회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1년, 효시(嚆矢) 교회인 안동교회는 청년면려회의 창립일인 2월 5일에 갖기로 준비한 100주년 기념대회를 코로나19로 수차례 연기하다가 지난 5월 11일 감사예배, 기념예식, 기념포럼을 통해 믿음의 선배들이 가졌던 그 믿음, 그 정신, 그 열정과 그 헌신을 돌아보고 계승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경안노회 남선교회도 창립 100주년을 맞는 6월 7일, 경안남선교회 100주년 기념대회를 갖고 감사예배, 기념예식, 특별강연, 기념동판제막식을 통해 이 시대에 감당해야 할 남선교회의 사명과 책임을 새롭게 각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합동교단의 기독청년면려회 100주년 기념행사는 총회 차원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청년면려회의 성지(城地)와도 같은 안동에서 두 차례 있었는데, 2021년 2월 26일~27일에는 전국 CE 제72회 중앙대회를 개최하여 선배들이 이어온 복음을 지키고 열정을 다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으며, 3차례 연기를 거듭한 끝에 지난 4월 22일, 청장년면려회 100주년 기념교회 부지에서 개최된 한국CE창립 100주년 기념대회는 소금과 빛의 사명을 통한 재도약을 선포했다.
기독청년면려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며 개최된 여러 기념행사는 지난 은혜의 100년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힘차게 출발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비록 오늘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 하더라도 100년 전 믿음의 선배들이 가졌던 원초적인 신앙과 삶, 열정과 헌신을 회복한다면 한국교회에 부흥이 다시 임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오늘의 교회는 기독청년면려회의 표어인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하여(For Christ And The Church)’ 정신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100년 전에 결정된 청년면려회의 기본정신이요 행동강령인 3대 결의가 오늘날 촌스럽게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을 회복하고 실행하는 일에 남선교회 회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청년면려회 3대 결의 중 표어(標語)는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자, 정직한 나가 되자, 사람에게 신의를 지키자”, 주장(主張)은 “쉬지 않고 나를 교양하자, 나의 교회를 돕자, 방방곡곡에 전도하자, 외지 전도에 힘쓰자”, 작정(作定)은 “매 회원 매년 1인 전도주의자가 되자, 회원마다 십일조를 바치자, 내 동리에 신앙운동을 일으키자, 외지의 한국 동포를 구하자”이다. 오늘의 남선교회가 청년면려회 3대 결의를 우선적으로 회복한다면 한국교회는 이전보다 더욱 든든한 교회가 될 뿐 아니라 부흥의 동력(動力)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동안 잊고 있던 기독청년면려회의 원색적인 기본정신과 투박스러운 행동강령을 다시 끄집어내자. 더 미루지 말고 속히 기본으로 돌아가자.
김승학 목사
<안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