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국제화 시대의 문을 연 솔로몬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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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2450년경 애굽의 고관 프타호텝은 교훈집을 집필하여 남겨놓았다. ‘고관 프타호텝의 교훈’(Instruction of the Vizier Ptah-Hotep)으로 알려진 것이다.
“너는 지식이 많다고 너무 자고하지 말아라. 네가 지혜인(=학식이 많은 사람)이라고 뽐내지 말아라. 너는 지혜인의 말 뿐만 아니라 배우지 못한 사람의 조언도 경청하도록 하라.” 오늘날 들어도 도움이 되는 좋은 말들이다.
이 교훈집에는 관리들을 위한 행동 지침도 있다. “너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과 테이블에 앉았을 때, 너는 네 앞만 쳐다보아라. 고관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안 된다. 그가 말할 때는 머리를 숙여 듣고, 그가 네게 말을 걸 때만 말해야 한다. 그가 웃은 뒤에 너는 웃도록 해라. (=높은 사람보다 먼저 웃지 말아라) 그러면 그가 마음에 흡족하게 여길 것이다.” 이 글을 읽다 보면 45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활 수칙 교훈집, 잠언서들이 고대 근동 세계의 왕실 관리 학교에서 만들어졌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 일어난 ‘지혜운동’—지적(知的) 탐구, 연구 활동—의 세 번째 분야는 ‘종교, 철학의 분야’이다. 이를 ‘사변적 지혜’(Speculative Wisdom)라고 부른다. 오늘날로 말하면 종교학, 철학의 분야이다. 신의 존재, 신의 속성,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삶의 의미와 가치, 고난과 죽음, 그리고 자살의 문제까지 논쟁하며, 사색하고 탐구했다. 구약의 욥기와 같이 의로운 인물이 당하는 고난의 문제를 논하는 소위 ‘바벨론의 욥기’라고 별칭이 붙은 글도 있고, 자살에 관한 흥미 있는 논쟁도 있다. 오늘날 소수의 학자들이 고대 근동 세계에서 발굴된 엄청난 분량의 ‘지혜문학’을 해독해내고 번역하여 학계에 알리느라고 평생을 바치고 있다.
주전 2000년대부터 고대 근동 세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난 지혜운동과 그 결과 만들어진 지혜문학들이 구약성경과 이스라엘 신앙에 무슨 관계가 있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문제를 논할 차례이다. 이야기는 솔로몬 왕 시대부터 시작된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최초로 ‘국제화’의 문을 열어준 왕이었다. 솔로몬 이전까지 이스라엘 역사는 국제적 교류 관계가 없던 ‘폐쇄적’인 역사였다. 역사를 소급해 보면,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조상들 시대는 아직 나라가 형성되기 전이었다. 그 후 애굽에서 종살이, 출애굽, 광야 시대를 지나 가나안 땅에 정착하고, 왕이 없는 ‘사사 시대’를 지냈다. 그러다가 블레셋 이방 족속의 공격으로 사울을 왕으로 세우고 ‘왕정’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사울 왕은 블레셋과 전투에서 전사했고, 다윗이 뒤이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 다윗은 두 번에 걸친 반란(압살롬의 반란과 세바의 반란)을 평정하고, 블레셋 문제를 해결하고,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왕조 신학’을 수립하여 왕정의 기반을 확립했다. 그 뒤를 이은 솔로몬은 다윗 왕이 확립해 놓은 왕정의 기반 위에, 국제 무역으로 많은 부를 축적했고, 막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하여 주변 나라들과 활발한 국제 활동과 왕실 교류를 전개했다. 시바의 여왕이 예루살렘을 친선 방문하는 국제교류도 이루어졌다. 솔로몬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국제화’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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