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품격과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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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피해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는 게오르그 폰 트랩 가족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잘즈부르크 인근 논베르크 수도원의 견습 수녀 마리아가 상처(喪妻)한 폰 트랩의 일곱 자녀 가정교사로 들어가 가족의 일원이 된 후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1959년 뮤지컬로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데 이어 1965년 영화화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마리아 역을 맡은 줄리 앤드류스가 오스트리아의 빼어난 풍광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안녕히계세요(So long farewell)’ 등 아름다운 노래가 오래 기억되는 명작이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아돌프 히틀러 총통에 의해 독일에 병합된 상태였다. 퇴역 해병 대령인 폰 트랩이 가족과 함께 망명을 결심한 이유도 나치의 군 복귀 명령 때문이다. 독립국이던 오스트리아는 1938년 히틀러 군에 점령되어 독일로 편입되었고 1945년까지 나치 치하에서 살았다. 2차 대전이 끝나며 이후 미국과 프랑스, 소련 등 4개국 분할 점령 시대를 거쳐 1955년 독립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같은 게르만 민족인데다 독일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오스트리아인들은 독일인이냐는 질문을 불쾌하게 여긴다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담긴 점령, 피점령의 역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찾았는데 청와대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방문 사진과 함께 독일 국기를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올렸다. 적·백·적, 독일 국기는 흑·적·황 3색으로 이뤄져 헷갈리지 않는다. 청와대가 어떻게 전혀 다른 이미지의 독일 국기를 올렸는지 알 수 없다. 오스트리아는 코로나 위기 후 처음 이뤄진 문 대통령의 방문국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독일 국기를 올린 것은 오스트리아에 대한 모욕이자 역사의 상처를 헤집는 행위이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문 자료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넣었다면 어땠겠는가. 청와대는 야근자의 실수라며 발뺌했다. 능라도 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제거’ 등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초등학생보다 못한 ‘실력’ 때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낸 g7 정상회의 기념사진 및 청와대의 관련 설명은 문 정부가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를 상대로 사기극을 펼친 것과 다름없다. 단순한 실수나 외교적 결례의 차원을 넘어선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을 개연성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사진의 위치는 국제회의 관례에 따른 것뿐 대통령의 위상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자화자찬이 지나치다. 이런 위선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겠는가. 국민을 속이고 국제사회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럽힌 국기문란 범죄다. 나라에는 국격이 지도자에게는 품격이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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