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그 사람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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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왕위 계승 1위인 아말리아 공주가 자신에게 지급되는 수당 및 생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네덜란드 국왕의 첫째 딸인 아말리아 공주는 오는 12월이 되면 성인인 18세가 되어 정부 예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30만 유로와 수당으로 160만 유로를 받게 되는데 자신은 아직은 학생 신분으로, 공주로서 특별하게 수행하여야 할 공무도 없기에 학생인 동안은 이런 특혜를 포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뤼터 총리는 그의 뜻을 존중하면서 감사한다는 화답을 하였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서 그 어떤 주위의 압박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주를 배출할 수 있는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다시금 관심을 끌었다.
네덜란드는 인구 1,700만 명에 한반도의 20% 정도의 국토를 지녔고 그나마 20%정도는 바다를 메워 만든 서유럽에 있는 작은 나라이다. 과거 1,60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1815년에야 프랑스 나폴레옹의 지배를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네덜란드 왕국이 되었다. 그러나 일찍이 상업과 무역에 눈을 떠 세계적인 해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고, 특히 보험이나 은행업 등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근면하고 검소하면서 합리적인 성품을 지녔고, 모든 국민이 영어 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정도이며 인구수보다 더 많은 자전거를 소유해 가히 자전거 왕국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일찍이 항해 중에 표류되어 온 하멜이 쓴 ‘하멜 표류기’가 세상에 퍼지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고, 2002년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으킨 ‘축구 감독 히딩크’의 조국으로 친밀한 관계이다. 바람과 풍차 그리고 댐과 운하로 우리에게 마치 동화의 나라 같은 친근한 인상을 주는 네덜란드는 그 유명한 ‘튤립파동’으로 새로운 각성을 주기도 했다. 17세기에 꽃을 사랑하는 이 나라에 튤립에 대한 광풍이 불었으니, 튤립에 대한 인기가 오르면서 미처 이에 대한 공급이 딸리면서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가, 어느 순간에 폭락함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도처에 생기고 커다란 사회문제로 번지면서, 경제가 파탄 나고 결국은 경제권이 영국으로 넘어가는 계기를 제공했다. 마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광기어린 ‘가상화폐’에 대한 두려움에 비견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높은 이상과 올바른 정신을 지닌 공주를 배출한 이 나라는 축복 받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반면에 우리 현실은 상당히 막막하다. 모든 사회적인 여건이 척박한 현실이기에 이런 네덜란드의 공주 같은 사람은 아니어도 적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만이라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위치에 있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진정한 친구가 요구되기에 이런 친구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이를 함석헌 옹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온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 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 웃고 눈을 감을 수 있는 그 사람…」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활에 편리한 기구는 자꾸 많아지지만, 우리의 마음을 정말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그 사람」이 자꾸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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