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농인의 언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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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농인도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이야기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농인이 말과 독순을 하여 청인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을지 모른다. 이러한 생각을 아주 강하게 하여 농인들에게 수어를 하는 교육을 중단하고 구화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구화 교육이 농인에게 더 좋은 교육 방안이라고 주장한 결의를 밀라노 선언이라고 한다. 1880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16개국에서 모인 116명의 농교육자들은 “구화법은 수화법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하였다. 이로 인해 구화교육은 우수한 교육 방안이고 수어교육은 억제 받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갈로뎃대학교는 수어주의에 깊은 신념을 두고 구화와 수화를 병용하는 결합법으로 교육을 하였다. 독일의 하이니케에 의한 구화 교육방법은 미국에서는 벨 연구소를 중심으로 청각학(audilogy)의 발전으로 보청기가 다양하게 개발됨과 동시에 구화주의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1867년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된 클라크(Clarke) 농학교는 미국 최초의 구화주의 학교로서 말하기와 읽기에 기초하여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후 신구화주의와 토털 커뮤케이션 양식이 거론되었으며 의사소통의 방법은 농인들을 위한 자유롭고도 융통성 있는 접근이며 농인을 위한 도덕권의 문제로 부상되었다. 현재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인구가 구화를 사용하는 농인보다 많다.

한국에서는 한국구화학교가 1963년 초등학교 6학급으로 개설이 되어 구화교육을 실시하였고 부산구화학교, 가톨릭 재단의 애화학교 등이 설립되어 구화교육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국립학교는 수어교육을 이어나갔으며 국립서울농학교는 개교 100주년을 2013년 10월 25일에 동문들이 모여 성대하게 행사를 치렀다. 한때 농인도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말을 가르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으나 구화교육을 한다고 하여 다 말을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능숙한 구화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사립학교를 다녀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모두가 구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락농인교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농교회는 수어로 예배를 드리는 곳이 많으며 구화로 예배드리는 곳은 많지는 않다. 교단 마다 각각의 농아교회가 설립되어 개신교는 많은 농아교회를 전국에 두고 있다. 소수의 사립 구화학교를 제외한 농인 사회에서는 수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농인의 제일 언어는 수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교계와 노인층은 수어를 많이 쓰는 그룹이다. 언어적 개념을 습득하려면 어려서부터 언어권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데 수어를 아주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 구화를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보다 용이하므로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수어주의자들도 있다.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중요한 점은 모국어는 자아의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교육을 받아 어려서부터 발성과 독순을 하여 청인의 언어를 배울 것인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농인의 언어를 어려서 배우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결정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하는 일이기에 더욱 이 결정의 책임과 향후 농아동의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는 문제에 대해 더욱 심사숙고할 과제이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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