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만 44세의 중년이 되어버린 가정 주부. 고위급 공직자의 아내이며 우리나라 유명한 성악가의 반주자였던 그녀가 원인 모를 통증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통증 하나 때문에 치료약을 복용하느라고 임신을 할 수 없어 자녀도 없이 살아왔다.
호소하는 증상은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의 심한 통증과 비 오기 전날이나 추운 날에는 통증이 심해 죽는다고 말한다. 그럴 때는 집에서는 전열기를 켜고 한증막처럼 해놓고 지내며, 외출할 때는 바람을 막으려고 무릎까지 덮는 모피코트를 입고 다닌다. 특히 여름에도 어디선가 에어컨 바람에 통증이 심해 모피를 입고 다닐 정도인데, 사람들은 모피 자랑하려고 다니냐고 비아냥거린다 한다. 하루 종일 통증이 와서 마약성 진통제가 아니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예민해지고 짜증스러워지고 산만해졌다. 전문직의 일은 불구하고 아내와 주부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서 배고프지도 않은데 더 먹게 되고, 먹고 나면 손가락을 입안에 집어 넣어 강제로 토하기도 한다.
통증 치료를 위해서 대학병원, 통증전문클리닉, 한방 등 가보지 않은 병원이 없다. 심지어 미국에 통증전문병원에서조차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 이와 동반된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피부 변화, 기능성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 출처: 서울대병원)으로 통증 양상은 유사하나 동반되는 증상은 일정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2013년 1월 남편이 인천에 발령이 났다. 이 추운 겨울에 통증으로 외출도 못하는데 어떻게 이사를 하냐며 남편의 소속된 해당 장관에게 진정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일로 허락할 리가 없다. 죽지 못해 인천에 이사를 왔지만 치료는 대학병원 통증의학과에서 치료받아 오다가 그 교수님이 수도권에서 개원을 하여 더 멀어진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했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시무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