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을 이끌었던 김일성 주석은 소련 스탈린과 중공 마오쩌둥의 후원하에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경 북한 공산군으로 하여금 기습 남침을 감행하도록 하였다. 남한의 자유당을 이끌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국군의 후퇴와 더불어 부산으로 피난하였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자의든 타의든 월북한 남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북한의 많은 주민들이 남한으로 피난하였다. 6‧25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15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계기로 수도 서울을 탈환한 대한민국 국군과 유엔군이 한‧중의 만주 국경 지대를 향해 북진하던 중, 중공군의 대공세로 아군은 작전상 후퇴를 하였다. 이를 1‧4후퇴라고 한다. 하여튼 1950년 6‧25전쟁과 1‧4후퇴, 그리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루어지기까지 3년에 걸쳐 남북 간에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 일천여 만 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하게 되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간 6‧25전쟁의 일세대들은 거의 세상을 떠났다. 1988년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 통계에 의하면, 상봉 신청자 13만여 명 중에서 8만여 명이 사망하고, 현재 생존자가 5만여 명이 남아 있다. 이들 생존자 5만 여 명 중 80세 이상 고령자가 67%이다. 이것은 남한의 경우이고, 재미 동포들 가운데도 이산가족이 1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대한적십자사 주관으로 1971년 8월 12일부터 실태를 파악하고 서로 소식을 전하는 일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북측과 합의하여 1985년 9월 20일~23일부터 2018년 8월 20일~26일까지 방북‧방남을 통하여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자는 24,179명이고, 화상 상봉한 남북 상봉자는 3,748명이다.
그간 이산상봉은 남북 간에 분위기가 호전되면 금강산에서 상봉 기회가 있었다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형제가 형제를 만나고 혈육이 혈육을 만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북한이 이들의 만남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것인가? 북한이 성의가 있다면, 끊어진 화상 상봉을 재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형제간에 만나는 것을 정치적 관계와 관련시키는 것은 비이성적 발상이다. 정치적 이념은 이념이고, 형제간에 만남은 인도적인 문제가 아닌가? 앞으로 수년 내에 80세 넘은 이산가족들은 보고 싶은 형제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눈을 감은 후에 북한 당국자들이 너무 가혹한 짓을 했다고 후회 한들 이미 지나간 일들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우들에게 ‘심은 대로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8)고 하였다. 선을 심으면 선을 거두고 악을 심으면 악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는 보편적 상식과 순리가 있다. 이것을 무시하고 무고한 동포들에게 눈물 흘리게 한다면 이런 억지는 민족의 이름으로 응징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날 금강산 만남의 집에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수십 년 만에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TV를 통해서 보노라면 눈물이 절로 났다. 북한 정권은 이제 사고를 전환할 때가 되었다. 70년이 넘도록 체제 수호만을 안중에 두는 정책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세계 어느 나라도 형제의 만남의 자유를 가로막는 인륜(人倫)과 천륜(天倫)에 역행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제 좌와 우 이념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국가 실리주의 시대가 도래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아무리 탈이념시대를 막으려고 해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억지는 순리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이제 북한 정권은 가슴을 열고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상식이 통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틀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