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한국교회] 심판의 상징인 기드론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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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사밧 후손에게 임한 비극

감람산은 기드론 골짜기로 이어진다. “어두운”, “혼탁한”이란 뜻을 가진 기드론 골짜기는 예루살렘 동쪽에 길이 약 5km로 예루살렘 성벽과 감람산 사이에 와디 싯디 마리암(Wadi Sitti Maryam) 혹은 성마리아 계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계곡 사이로 간헐천인 기혼 샘이 흐르는데, 이 시내는 일찍부터 예루살렘의 식수를 공급해 주는 주요 원천이다. 이 기혼 샘 역시 오늘날 아인 싯디 마리암(Ain Sitti Maryam) 곧 마리아의 샘으로 불린다.

기드론 골짜기는 겨울에만 물이 흐는 건천인 와디이다. 남쪽으로 기드론과 힌놈이 만나는 곳에 두 번째 샘인 엔로겔(EN-ROGEL)이 있다. 이 샘에서 예루살렘 성으로 통하도록 바위를 잘라서 만든 통로가 있는데, 성안 주민들은 성 밖으로 나가지 않고 터널을 통하여 저수지 역할을 하였던 동굴 위로 약 12m 높이의 수직으로 난 통로가 있다. 그 위에는 두레박을 내렸다가 올릴 수 있게 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런 급수제도는 여부스 족속이 사사기 시대부터 다윗의 시기까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있었을 때부터 사용한 것이다. 이런 연유로 유대인에게 처음부터 예루살렘은 여부스의 땅으로 알려졌다.

후에 기드론 계곡의 샘물은 히스기야 통치 기간에 바위 통로를 통하여 실로암 못으로 흘러 들어갔다. 다윗 왕조는 기드론의 소유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왕의 계곡이라 불렀다. 다윗 왕은 압살롬을 피하여 기드론 시내를 건넜다(삼하 15:23). 솔로몬은 시므이에게 예루살렘을 떠나 기드론 시내를 건너는 날에는 정녕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왕상 2:37). 

기드론 골짜기에 있는 네 개의 망루 같은 건조물은 여호사밧과 압살롬과 작은 야고보와 스가랴의 무덤들로 밝혀졌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작은 야고보로 불린 것은 세배대의 아들로 요한의 형제인 큰 야고보에 비해 나이가 아래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로 큰 야고보의 무덤은 서바나인 콤포스텔라에 있다. 우리에게 산티아고(성아고보) 가는 길에서 땅 끝인 지중해 서쪽 마을이다.

기드론 계곡에 묻힌 여호사밧의 후손을 잠시 살펴보면, 몸서리가 쳐진다. 여호사밧이 죽은 뒤 그 뒤를 이어 장자인 여호람이 유다의 왕위에 오른다. 역대하 21장 4절에 보면, 그가 왕위에 올라 실권을 쥐자마자 모든 동생을 죽여 버렸다. 역대하 21장 10-11절은 “이는 그가 그의 조상들의 하나님 야훼를 버렸음이더라. 여호람이 또 유다 여러 산에 산당을 세워 예루살렘 주민으로 음행하게 하고, 또 유다를 미혹케 하였다”라고 기록한다. 하나님을 섬기고 백성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할 왕인 아버지 여호사밧이 허물어버린 우상들을 다시 세워 백성들에게 하나님께 죄를 범하게 했다. 그 결과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다.

블레셋과 아라비아의 침략을 받아 왕궁의 모든 재물과 아내들을 빼앗기고 막내아들을 제외하고 여호람의 아들이 죽임을 당했다. 역대하 21장 18절부터 20절을 보면, 악한 행위를 일삼던 여호람은 하나님의 징계를 받아 겨우 팔 년 밖에는 왕위에 있지 못하고 병에 걸려 2년 동안 고생하다가 창자가 빠져나와 죽었다. 백성들이 그의 시신을 다윗성에 장사하기는 했지만, 조상들의 묘실에 두지 않았다. 그만큼 여호람은 악한 왕으로 조상들의 무덤에 함께 묻히지도 못할 만큼 악행을 저질렀다.

여호람이 이렇게 악한 왕이 된 이유를 아는가? 역대하 21장 6절에 보면, 여호람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악한 왕이라고 일컫는 아합 왕의 딸 아달랴와 결혼했다. 여호람은 악한 아내 때문에 아합 왕을 위시하여 북이스라엘의 여러 왕처럼 우상을 숭배하고 하나님을 배반했다. 여호람을 아합 왕의 딸과 결혼시킨 장본인이 누구였는가? 아버지 여호사밧이었다. 여호사밧은 아들을 아합 왕의 딸과 정략결혼을 시키며 잘못된 관계를 맺게 함으로 비극을 자초했다. 우리는 공허한 꿈이 좌절된 우상숭배의 현장에서 여호사밧 후손에게 임한 비극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성 밖의 간소한 무덤에 매장되었는데, 기드론 골짜기도 그중의 한 곳이었다(왕하 23:6). 이런 연유로 기드론 계곡은 아마겟돈 못지않게 마지막 심판이 일어날 장소로 전해짐으로 인해 유대인과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었다. 메시아가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에서 오신다는 신앙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기드론 골짜기의 동쪽은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일반인의 매장지로 사용됐다. 이런 이유로 우상과 제단과 새긴 형상과 아세라 목상을 성전에서 끌어내어 이곳에서 불태웠는데, 이는 여러 왕이 시행한 개혁의 한 부분이었다(왕하 23:4-12, 대하 29:16, 30:14).

왜 기드론 계곡이 허망하게도 무덤으로 변질하였는가? 인간의 헛된 욕망과 비극이 하나님의 심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후예들은 무함마드가 아라비아 반도를 무력으로 통일한 이후에, 역으로 홍해를 건너가서 애굽의 콥트 기독교인 400만을 학살하고, 그 여세를 몰아서 예루살렘을 함락시켰다. 다시 예루살렘은 로마 천주교에 의한 10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으로 몸서리를 쳤다. 그 후에 오스만터키가 500년을 장악하여 견고한 이슬람 세상이 되다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영국의 알렌비 장군이 승리함으로써 1948년이 이스라엘이 2천 년 이 지난 후에야 고토를 회복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벌어진 2014년의 50일 전쟁보다 2021년 5월 7일부터 두 주간 계속된 전면전으로 인하여 하마스 미사일이 5천 개 가까이 이스라엘 쪽으로 날아들었고, 이스라엘도 전투기와 탱크로 반격하여 사상자가 속출했다. 2021년 6월에 15년 이상 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곧 물러나고 베네트 대표가 총리로 등극해 새 내각을 이끌게 되었지만, 팔레스타인은 베네트의 과거 과격한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예루살렘의 평화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호와의 눈이 이스라엘에 항상 머물러 있기에 예루샬라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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