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노년에 만난 신실한 우정 이순구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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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정을 뜻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죽마고우(竹馬故友)’란 어린 시절,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가랑이 사이에 기다란 대나무를 끼고 “말 타기 놀이”를 하던 절친한 친구를 말함이요. ‘막역지우(莫逆之友)’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 허물없는 친구를 말함이다. 또 ‘관포지교(管鮑之交)’는 중국 제(齊)나라에 있던 고사(故事)로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사귐’을 말함인데 우정이 아주 돈독한 친구를 가리킨다.

위에서 언급한 용어들은 한결같이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부터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면서 맺어진 우정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순구(李舜求, 1940~ ) 장로와의 우정은 우리 두 사람이 모두 60대에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각각 섬기던 교회에서도 70세에 은퇴하고 나서 75세가 되어서 우리가 소속된 『대전서노회 장로회』에서 만났으니 이 글의 제목처럼 “노년에 만난 신실한 우정”이 맞는 말이다. 

『대전서노회 장로회』는 매월 노회에 속한 지역교회를 순방하면서 월례회를 가지며 매월 친교를 위한 산행행사를 갖는다. 이 장로의 외형적인 특징으로 그는 검은 머리털이 한 올도 섞이지 않은 순백(純白)의 백발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우연처럼 만나서 대화하다보니 두 사람이 한 평생 교직에 종사한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나이가 동갑이라는 점에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 두 사람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자주 ‘맛 집’을 찾아다니며 함께 떡을 떼기도 하고 찬양에 전문성을 지닌 그를 따라 함께 찬송을 부르면서 피차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니 이것이 노년에 이르러 신실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 후에는 다시 교회의 쉼터로 향한다. 쉼터의 벽에 달린 수납공간에는 그의 사물함이 있어서 그곳에는 성경-찬송, 합창곡집, 그리고 ‘메시지 100선’이 꽂혀 있다. 그가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소형 가방 속에는 찬송가의 전곡과 다양한 복음성가가 내재된 찬송가 반주기, MP3 플레이어 및 블루투스(무선 스피커)가 있어서 그가 가는 곳은 어디나 작은 ‘음악스튜디오’가 된다. 

그가 교회에 도착하면 먼저 성경 3~4장을 읽고 나서 찬송을 10곡정도 부르는데 반주기를 이용하여 멜로디 뿐 아니라 테너파트를 바꿔가며 부른다. 그동안 찬송가 1장부터 마지막 645장까지 5회 완창(完唱)을 하였다고 했다. 최근에는 찬송 중에서 낯선 곡을 중심으로 반복해서 연습 중인데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서 화음감이 발전한다고 간증한다. 찬송가 가사를 깊이 음미하다보면 젊은 시절과는 달리, 가사에 은혜가 되어 자주 눈물을 흘린다고 고백한다. 그가 경험하는 은혜와 감동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간만 나면 나는 그가 출석하는 《대전선창교회》에 마련된 그의 쉼터를 찾아가서 그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 

나는 금년 연초에 지난 몇 년간 『한국장로신문』에 실었던 글을 모아서 《젊은 세대를 위한 메시지 100선》이라는 책을 《쿰란출판사》에서 출간하였다. 그는 상당량의 책을 구입하여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는가 하면 본인이 출석하는 교회를 비롯 여러 곳에 추천하여 수십 권씩 책을 판매하여 자칭 ‘홍보반장’의 역할을 감당해 주었다. 최근에는 그의 쉼터에서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른 다음, 《메시지 100선》 중에서 매일 한 꼭지의 글을 읽으며 자신이 느낀 감상문을 카톡 문자로 보내주곤 한다. 

그 책에는 “나의 어머니의 최후”라는 글이 들어있는데 내가 열두 살 때, 어머니가 전염병(장티푸스)으로 하늘나라로 가신 이야기이다. 그가 그 글을 읽다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는 문자가 왔다. 더욱 놀란 것은 며칠 후,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되 뇌이며 그는 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런 일은 단순한 감정의 이입(移入)이 아니라 참담했던 친구의 처지를 자신의 일로 여기는 신실한 믿음의 교감에서 비롯된 우정이라고 믿는다. 

이 장로와의 우정을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그와 나는 혈연(血緣)이나 지연(地緣)이나 학연(學緣)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오직 그리스도의 믿음으로 신실한 우정이 싹트고 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노년에 이르러 이런 귀중한 우정을 나눌 친구를 주신 하늘의 과분한 은총에 진정어린 감사를 올려드린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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