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은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따라서 권력은 주인인 국민의 공복으로서 섬김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의 권력은 오히려 국민에 대하여 영원한 갑(甲)이었고, 그 갑질에 국민은 한순간도 편할 날이 없었다.
대한민국 정치는 해방 후 지금까지 무엇이 변했을까? 이 나라는 건국 이래 지금까지 감히 대통령 앞에서 “아니오”라고 반론을 제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모습이 전혀 바뀌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 걸쳐 “지시”만 하면 알아서 기어야 하는 나라 분위기는 군부 정권이나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 백성은 모두 서슬이 시퍼런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대통령이 도탄에 빠진 민중의 구세주요 희망을 잃은 대한민국의 메시아라고 언론이 각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실수는 봐줄 만하고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라고 보이지 않는 세력이 여론을 몰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이나 생각을 비판하면 곧바로 광신적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이 날아와 밤낮없이 시달려야 한다. 대통령의 얼굴이 조금만 일그러져도 국민은 불안을 느끼고, 그의 목소리가 조금만 톤이 높아져도 국민의 가슴은 쪼그라든다. 민주주의가 실종된 상태이다.
진정한 권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권력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나라가 잘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이 매일 신문을 도배하고 방송의 스타가 되면 권력은 또다시 독재의 길로 접어들며 주변 인물들의 부패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2017년 몇 개월 동안 대통령 없는 공백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대통령이 없으니 백성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였고, 경기도 무척 좋아졌다. 그 기간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아니니까 최소한의 권한만을 행사하였고, 백성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니 정말 국가의 주인 노릇을 오랜만에 해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대통령,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나서지 않는 대통령, 백성들이 알아서 열심히 자기 할 일 하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찾으려는 망상일까?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