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겜에서 일어난 야곱의 딸 디나의 강간 사건은 야곱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며 전환점이 되었다. 그 일로 야곱은 세겜에서 다시 벧엘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벧엘은 야곱이 그의 부모와 형제를 떠나 처음 하나님을 만난 곳이다. 그러니까 세겜에서 벧엘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은 다시 광야로 돌아가겠다는 야곱의 의지를 보여준다.
호세아는 그의 민족과 백성이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우상숭배의 모습을 보면서 광야 곧 거친 들로 나가자고 말한다.
광야는 히브리 백성이 애굽을 떠나 40여 년을 살았던 공간이다. 그들은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나 첫사랑을 경험했다. 광야에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인도하심을 받았으며, 만나와 메추라기를 매일같이 공급받았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무한히 사랑받고 보살핌을 받은 광야의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가나안의 바알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야곱은 벧엘에서 만난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채 도시의 번영과 유혹 앞에 흔들렸다. 급기야 딸 디나가 강간을 당하는 수모를 경험한 야곱은 그 순간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성찰한다. 자신이 광야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 그는 벧엘에서 만난 하나님과의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린다. 그렇다! 우리는 광야를 잊어버린 야곱이다. 벧엘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광야로 돌아가야 한다.
코로나로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나에게 마치 본향을 잃어버린 나그네처럼 방황과 혼란의 시간이 찾아왔다. 매너리즘과 불안, 두려움에 불면증까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왜 이렇게 무력한가를 고민하며 찾은 답이 광야였다. 광야가 없는 영성이 나를 메마르고 불안하게 하였던 것이다. 매년 찾아갔던 몽골의 고비사막이 그립다. 절박함으로 충만한 그 빈공간이 생각난다. 몽골의 고비에 가고 싶다. 고비에서 길을 찾고, 고비에서 다시 회복되고 싶다.
고비의 순간을 산다는 것이 축복임을 알겠다. 고비는 위기이며 고비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 위기와 두려움 속에 숨어계신 하나님의 존재를 아는 것이 은총이다.
다시 광야로 가자. 벧엘로 돌아가자. 다시 거친 들로 나가자. 교회도 우리 자신도 잃어버린 은총의 광야로 돌아가야 한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